발표된 詩

|詩| 두꺼비집

서 량 2007. 12. 26. 03:15

 

그 속에 당신의 자유가 숨어 있었다
합선 때문에 퍽! 하고 타 올랐다가
당신이 온데 간데 없다
두꺼바 두꺼바 헌집 줄께 새집 달라 하고
번갯불 백청(白靑)의 손길이
당신 등허리를 토닥거린다
모래알들이 쪼그리고 앉아
세상 껍데기를 하나 하나 뜯어내고 있었다
전압이 높은 곳에서만
내란이 일어난다
당신의 자유가
뚜껑 열고 바로 그 밑에 엎드려 있었다
꿈틀대는 내장의 교감신경을
몇 개의 육중한 구리 휴즈가 서서히 차단한다
살가죽 실핏줄들이 아우성치며 기어올라
흐르르 무너지는 모래톱의 잔해
그 꼭대기에서 당신의 소망이
푸른 연기로 피어난다
먹물 같은 암흑 속에서
펄쩍 튀어나오는 두꺼비가


© 서 량 1998.06.28

-- 첫 번째 시집 <맨하탄 유랑극단>(문학사상사, 2001)에서

'발표된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詩| 서울 왕복  (0) 2008.01.04
|詩| 천 년 전 당신과 나는  (0) 2008.01.01
|詩| 범죄 영화  (0) 2007.12.19
|詩| 겨울 사랑  (0) 2007.12.14
|詩| 내가 아는 어떤 여자  (0) 2007.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