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된 詩

|詩| 범죄 영화

서 량 2007. 12. 19. 08:54

 


바리톤-이정희; 바이올린-이동형; 피아노-강소영; 타악기-서량; 시-서량; 작곡-서정선
서정선 작곡 발표회 서울 세종문화회관 2002년 11월 25일 실황연주

알토 색소폰
느리게 흐느끼는 항구의 주점에서
중절모 깊이 눌러 쓴 탐정이 묻는다
달리아라는 백인여자를 본 적이 있냐고

 

그날 밤 탐정은 달리아의 거처를 알고 있는
허리 가늘고 다리 긴 여자와 정을 통한다
탐정의 정액을 몸에 담은
허리 가늘고 다리 긴 여자는 다음날
무참하게 칼로 찔린 시체로 발견되고
탐정은 목격자의 증언대로 살인범으로 몰린다

 

경찰에게 24시간의 여유를 허용 받은 탐정은
자기를 고용한 얼굴 잘생긴 고객을 의심한다
얼굴 잘생긴 고객은 집 나간 아내 달리아를
사방팔방으로 찾아 내려는 시의원이다
달리아는 바람둥이 남편의 정치생명을 파괴하는
몇 장의 중요한 사진을 증거물로 갖고 있다
요염한 몸매로 탐정을 유혹하는데 실패한 달리아는
탐정을 함정에 빠트려 시의원을 죽이도록 한다
시의원은 달리기하는 모습으로 양탄자에 죽어 있고
요염한 몸매로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달리아의 봉긋한 앞가슴을 향하여
자기도 어깨에 총알이 박혀 피가 콸콸 흐르는 채
탐정은 차가운 방아쇠를 당긴다

 

알토 색소폰
느리게 흐느끼는 항구의 주점에서
두터운 안개가 담요처럼 가로등을 감싸는 밤
달리아가 손에 쥐었던 몇 장의 사진이 흩어지는

 


© 서 량  2002.08.04

-- 두 번째 시집 <브롱스 파크웨이의 운동화>(문학사상사, 2003)에서

시집 소개: http://www.munsa.co.kr/GoodsDetail.asp?GoodsID=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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