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 전 당신과 나는
별 푸른 우주 속
보름달이 수평선을 덮는 평온이었다.
청록 물결 넓은 들판의 술렁임에
하얀 두루미들이
창공을 나르는 흥분이었다.
천 년 전 당신과 나는
돌고래 쌍쌍이 헤엄치는
여름 바다를 건너
허드슨강에 쳐들어 온 꽃불이었다.
맨해튼 브로드웨이에 꼿꼿이 서 있는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 등뼈 줄줄이
땀방울을 구워 내는 땡볕의 요술이었다.
천 년 전 당신과 나는
검푸른 우주의 뒷 모습이 화안한
생명의 그림자에
파 묻히는 아픔이었다.
온갖 죽음들을 껴안은
이 더운 품속에 뛰어들어
튼튼한 손가락들의 얼킴에 魂을 맡긴
천 년 전 당신과 내가
천 년 후에 아주 가고 없었을 때도
한결같이 열렬하게 터지는 기쁨이었다.
© 서 량 2000.12.31
-- 첫 번째 시집 <맨하탄 유랑극단>(문학사상사, 2001)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