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부는 바람이
훈훈해, 안은 차가워요
괴이한 짐승 소리 들립니다
한참을 꺼이꺼이 울부짖던
세상이 별안간 잠잠해졌어요
소나기가 뚝 그쳤을 때처럼
원숭이 같기도 늑대 같기도 무식하고
무자비한 짐승, 구슬픈 짐승,
오밤중 내 의식 속으로
부리나케 뛰어드는 충동, 이건
철부지로 낑낑대는 강아지의 충격입니다
살려 주세요
터무니 없는 꿈결에서 나를 꺼내 주세요
유유히 포기할 수 있는 생명이 행복이라지만
이렇게 애쓰고 있잖아요 나
내 눈에 띄지 않는 컴컴한 공간으로
종적을 감추는 짐승
저 짐승의 희미한 노래 소리
들리나요
© 서 량 2007.02.23
-- 세 번째 시집 <푸른 절벽>(도서출판 황금알, 2007)에서
시집 소개: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160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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