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황이 슬금슬금
꽃으로 피어나는 바다 밑
아무리 괴롭다 하소연해도
들은 척 만척하는 구정물 속으로
말미잘이며 짚신벌레며 산호 부스러기가
마음 약한 영혼처럼 부유한다
이빨이 날카로운
망치머리상어가
비틀비틀 꼬리춤을 추면서
나를 통째로 잡아 먹는 실루엣을 본다
꾸루룩꾸루룩 푸른 물방울이 승천하고 있다
육중한 중력의 얼굴
보이지 않는 얼굴을
연거푸 덮치면서
물살이 휘몰아치는
잘 압축된 격정 말고 다른 것들일랑
거들떠보지도 않는 바다 밑
© 서 량 2007.01.29
-- 세 번째 시집 <푸른 절벽>(도서출판 황금알, 2007)에서
시집 소개: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16014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