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티비를 서너 군데 미국에서 볼 수 있다는 게 유일한 낙은 아니지만
그런 대로 재미가 쏠쏠해. 외국에서 살면서 그렇게 고향 사람들이 웃고
짓까부는 장면을 봐야 된다는 것이 어쩔지 몰라요. 근데 하여간
한국 티비를 크게 틀어 놓는다. 나. 특히 혼자서 저녁이라도 먹을 때는 그래.
요 얼마 전에 정동진을 청량리에서 떠나는 여행담을 티비에서 보여 주대.
KBS 아니면 SBS 같기도 하고 하여간. 응, 나도 수년 전에 봤지. 모래시계.
몽둥이로 사람을 때려 쥑이는 드라마.. 참 인상 깊었어.
그걸 정동진에서 찍었다 하고 정동진이 그렇게 로맨틱한 곳이라는 둥
그래서 김치찌게에 밥을 말아 먹으면서 그 프로그램을 유심히 봤다구.
근데 이거 모야. 우선 청량리에서 기차가 떠나기 전에
무슨 음식점에서 음식 먹는 장면이 판을 치는 거야. 아, 사람이니까
먹어야 되겠지. 나도 지금 먹는 중인데, 하면서 꾹 참고 봤지. 모래시계
한참 잔인한 장면을 기억하면서.
드디어 기차가 정동진에 도착한 거야. 그때 이미 나는 식사를 마친지 오래 후.
아~ 드디어 내 옛사랑처럼 파도치는 동해를 보는구나.. 하는 낭만에 젖었지.
당신이라면 안 그렇겠어? 말해 봐. 솔직하게..
근데 이건 또 무슨 청천벽력이지. 히히. 기차가 정동진 역에 닿자 마자
또, 참, 나 기가 막혀서 기억도 안 난다.. 또 이상야릇한 음식점이 나오면서
사람들이 무슨 특이한 음식을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쭈걱쭈걱
먹는 장면이 화면을 확 덮는 거야... 무슨 음식인지 기억이 안 나지 물론...
게다가 스텐레스 젓가락으로 대구찜인지 나발인지
입으로 음식이 쑥 들어가는 장면이 클로즈업 되고 음식을 먹은
소감을 물었더니, 하나 같이 이 사람들이 하는 말이 몬지 알어, 당신?
"네, 이 음식이 참 담백하고 쫄깃쫄깃합니다." 하는 거야..
내 말이 믿어지지 않지? 그럼 당신이 직접 확인을 해 봐요.
그런 비슷한 프로그램이 나올 때마다
직접 확인해 봐요. 그저 우리 음식은
"쫄깃쫄깃하고 담백하다" 하면 고만이라는 나와 당신의 사고방식 !
이거 모야... 당신도 쫄깃쫄깃하고 담백한 사람이야? ㅎㅎ~
내가 수년 후에 기억할 당신이..?
© 서 량 2007.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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