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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행복하라는 말

서 량 2007. 9. 27. 05:19

언제부턴가 우리들은 상대에게 헤어질 때 인사말로

"행복하세요" 혹은 "행복한 하루가 되세요" 한다. 

얼핏 듣기에 대단한 축복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사람을 좀 질리게 하는 말이다.

 

뻔히 행복하지 않은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행복하라는 말은

강요일 뿐더러 모욕이 될 수도 있다. 돈이 없어서 쩔쩔매는 사람에게 

즐겁고 가벼운 언성으로 "부자가 되세요" 해 보라.

듣는 사람 기분이 어떻겠는가.

 

언제부터 우리는 이렇게 행복을 밝히는가.

공수래 공수거에 지나지 않는 인생의 일시적인 단면에

탐욕스런 눈독을 들이는가. 블로그 광고에서처럼 "대박"을 원하는가.

 

"안녕히 계십시오" 하며 어줍잖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돌아서는 우리의 은근한 미덕은 어디로 갔는가.

"별일 없지?" 하는 조용한 말투보다 그렇게 우리는

커다란 목소리로 "뭐 좋은 일 없어?!" 하며

억지춘향의 낙관을 추구해야 하는가 말이다.

어찌타 우리는 이토록 저렴하고 시끄러운 낙천주의자가 됐는가. 

 

© 서 량 2007.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