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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밥 먹을 때 오는 전화

서 량 2007. 10. 16. 12:33

이상하게 주말 같은 때

종일토록 전화가 없다가 밥을 먹을 때 그것도 첫 번째 밥숫가락이

입에 들어가면 전화가 때르릉 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참으로 신기한 노릇이다.

주말 뿐이 아니다. 주중에도 그렇다. 특히 저녁을 먹는 도중에 오는 전화는

또 얼마나 많은가. 그럴 때 전화는 대개 딸이나 가까운 친구나

하여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하는 전화다.

 

밥을 먹다가 전화를 받으면 꼭 말이 길어지고 나중에는 입맛이 없어진다.

그래서 밥 먹을 때 오는 전화는 받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은지 오래다.

나도 먹고 살아야지.

 

이 이상한 현상에 대한 내 학설은 다음과 같다.

서로 통하는 사람들끼리 한쪽이 밥을 먹을라치면

위산이 분비된다. 위산이 분비되면서 이를테면 뇌하수체가

자극을 받는다거나 하겠지. 인체가 얼마나 교묘한데.

쉽게 말해서 밥을 먹는 순간에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뇌파가 강해지고 뇌파가 강해지면 서로 생각이 난다는 말이다.

그러면 전화를 걸고 싶어지겠지.

그래서 내 딸은 꼭 내가 밥먹는 시간만 골라서 내게 전화를 건다.

 

이 학설이 과학적으로 증명이 됐냐구?

히히. 물론 증명이 안 됐지.

근데 당신 무슨 질문이 그렇게 삐딱해.

 

© 서 량 2007.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