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더러 자기가 '좋아하는 詩'를 '좋은 詩'라고 지칭하지요.
이 습관은 결단코 자기의 취향을 절대시하는 경향이랄 수 있어요.
물론 그 기개와 자의식이 판을 치는 정황은 얼른 보기에 좀 근사해 보이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일종의 교만으로 간주할 수 있다니까요.
자기가 뭔데 (누군데) 좋고 나쁜 시를 그렇게 쉽사리 판가름할 수 있는지요.
세상에 별의 별 위엄을 다 떨면서 신춘문예를 심사하는 심사원장이라면 또 몰라.
그렇다면 나도 고개를 조아리면서 눈을 내리깔고 존경을 할 용의가 있어요. 후후..
그러나 소위 '심사위원 증후군'에 시달리는 미등단, 혹은 무명의 등단시인들이시여!
제발 공개석상에서 "이 詩는 좋은 詩다!" 하는 독단적인 발언을 거두세요. 부탁입니다.
"나는 이 꽃을 좋아한다!" 하면 됐지 꼭 그렇게
"이 꽃은 좋은 꽃이다!" 하며 남들에게 우기고 싶으세요?
개인적으로 그 꽃이 별로인 사람은 어떡하라는 말씀이신지요..
아무리 자신의 취향을 절대시하는 요사이 시대풍조지만요..
그 대신에, 그 대신에 말이죠. "여차여차한 이유로
나는 이 詩를 좋아한다," "그래서 이 詩가 마음에 든다!" 하는 식으로 진짜
인간적으로, 조근조근하게 말씀을 하시는 것이 어떨런지...
그 엉터리 권위의식 좀 버리시고요. 킥킥~
© 서 량 2007.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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