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5

목요일 외출 / 김정기

목요일 외출 김정기 노란 우산을 펴 들었다 얼마만인가 비 오는 날 홀로 외출이 우산위로 11월 중턱의 빗방울이 구슬 구르듯 흘러내린다. 가볍고 느린 트럭에게 길을 내주며 걸어가고 부딪히고 멈추어 선다. 매디슨 애비뉴 박물관, 떠난 사람들의 그림 앞에서 백년 전 구름 떼, 추수 끝낸 들판과 마주서서 시간의 옷섶을 만진다. 인간의 내심을 가는 선으로 빚어 놓은 조각들에게서 사람냄새가 물씬거린다. 결국세상을 떠나기 위해 사람들은 자기의 분신을 만드는데 땀을 흘리는 것일까 샤갈의 색채를 바라보며 코트 깃을 세운 젊은 여자가 환한 침묵을 훔치고 있다 분주한 바깥거리에 서서 감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대의 하늘을 향해 노란 우산을 활짝 펴서 던진다. 던진다. 날린다. 날아간다. 빌딩숲 넘어 점 하나로. © 김정기..

11월에게 / 김정기

11월에게 김정기 나뭇잎에 가려 들리지 않던 먼 기적 소리 기침에 묻어 토해내는 맑은 울음 그대에게 가네 닿기만 하면 물이 되어 썩는 육신 씻어 첫 새벽 흔적 없이 잎 떨군 나무 가지에 올려놓는 바다 돌아오지 못할 항해에 배를 돌리는 11월 고요한 것이 꿈틀대며 세상을 덮는 황홀을 오후 네 시의 어두움을 만지며 朱黃볕 한 가닥 눈에 넣어 갈대 한 잎에 고인 이슬 되네 © 김정기 2009.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