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5

밤을 걸어나가다 / 김종란

밤을 걸어 나가다 김종란 검푸른 탐조등이 가르는 빛과 어둠 사이 흔적으로 쟁반에 받쳐든 열대 과일, 머리에 꽃을 꽂은 타히티 여인들 고갱이 받은 것들, 흔적으로 한 마리 고양이 대낮에서 밤으로 숨어 들어와 어두워져 선명한 기억에 촉수를 뻗으며 뒤척이는 흔적으로, 걸어 나가기 발자국 소리 내지 않으며 스쳐 지나가듯 고양이의 눈으로, 대낮인듯 © 김종란 2021.05.10

|詩| 어두운 조명

색깔을 원했던 거다 입에 절로 침이 고이는 과일 그림도 좋고 열대 섬에만 서식하는 화사한 꽃 무리의 난동이라도 괜찮아 정물화가 동영상으로 변하고 있네 무작위로 흔들리는 미세한 바람이며 부동자세로 숨을 몰아 쉬는 새들이 어슴푸레 아울리고 있어요 흔적으로 남을 우리 누구도 서둘러 떠나지 않을 거다 보일 듯 말 듯 가물가물 빛을 흡입하는 색깔의 아우성을 듣는다 시퍼런 탐조등이 밤을 절단하는 어둠의 틈서리에서 우리는 몸을 뒤척인다. © 서 량 2012.01.25 --- 네 번째 시집 에서

발표된 詩 2021.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