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걸어나가다 / 김종란 밤을 걸어 나가다 김종란 검푸른 탐조등이 가르는 빛과 어둠 사이 흔적으로 쟁반에 받쳐든 열대 과일, 머리에 꽃을 꽂은 타히티 여인들 고갱이 받은 것들, 흔적으로 한 마리 고양이 대낮에서 밤으로 숨어 들어와 어두워져 선명한 기억에 촉수를 뻗으며 뒤척이는 흔적으로, 걸어 나가기 발자국 소리 내지 않으며 스쳐 지나가듯 고양이의 눈으로, 대낮인듯 © 김종란 2021.05.10 김종란의 詩모음 2023.01.30
|詩| 어두운 조명 색깔을 원했던 거다 입에 절로 침이 고이는 과일 그림도 좋고 열대 섬에만 서식하는 화사한 꽃 무리의 난동이라도 괜찮아 정물화가 동영상으로 변하고 있네 무작위로 흔들리는 미세한 바람이며 부동자세로 숨을 몰아 쉬는 새들이 어슴푸레 아울리고 있어요 흔적으로 남을 우리 누구도 서둘러 떠나지 않을 거다 보일 듯 말 듯 가물가물 빛을 흡입하는 색깔의 아우성을 듣는다 시퍼런 탐조등이 밤을 절단하는 어둠의 틈서리에서 우리는 몸을 뒤척인다. © 서 량 2012.01.25 --- 네 번째 시집 에서 발표된 詩 2021.05.09
|詩| 새들의 흔적 새들이 어기적어기적 걸어 다녔어요 펭귄인지 땡볕 아래 눈부셔하는 도마뱀인지 분명치 않았어, 도무지 새들이 어기적어기적 걸어갈 때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지만 그건 다 쓸데 없는 호기심이었어요 새들이 모래사장 물결무늬 위에만 알뜰살뜰한 표피를 떨어뜨리는 줄로 알았더니.. 詩 2011.12.16
그냥 바람입니다 / 전애자 그냥 바람입니다 전애자 당신과 나는 풋콩같은 눈으로 쳐다본 것 뿐이었는데 가슴에 묻어 놓은 흔적에 한 겹 한 겹 그리움이 쌓여 보고픔을 만듭니다. 그냥 바람입니다. 온길과 갈길이 다르기에 댕기지도 잡지도 못하고 흐르는 시간 속에 머뭇거리다 맙니다. 그냥 바람입니다. 소중히 간직하고 싶어 ..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1.03.25
흔적 지우기 외 1편 / 한혜영 흔적 지우기 외 1편 한혜영 동짓날 밤하늘만큼이나 캄캄했던 팥죽소래기 흔들던 기억이 문득 나네요. 새알심 빼먹은 흔적 지우려고 어둠에 웅크리고 앉아 팥죽소래기 가만가만 흔들어댔던 어린 시절이. 사랑이 들었다 나간 마음도 그럴 테지요. 그 흔적 없애보려고 마음의 가장자리를 잡고 가만가만 ..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0.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