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란의 詩모음

밤을 걸어나가다 / 김종란

서 량 2023. 1. 30. 19:09

 

밤을 걸어 나가다

 

                            김종란

 

 

검푸른 탐조등이 가르는 빛과 어둠 사이

흔적으로

쟁반에 받쳐든 열대 과일,

머리에 꽃을 꽂은 타히티 여인들

고갱이 받은 것들,

흔적으로

한 마리 고양이 대낮에서 밤으로 숨어 들어와

어두워져 선명한 기억에 

촉수를 뻗으며 

뒤척이는 흔적으로, 걸어 나가기

발자국 소리 내지 않으며 스쳐 지나가듯

고양이의 눈으로, 대낮인듯

 

© 김종란 2021.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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