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지하철 수자폰 지하철 수자폰 큼직한 사과 황금사과캄캄한 시멘트 바닥에 콱콱붕붕 박히는 황금알밴드부 템포 멜로디가 사라지고 없어당신은 진짜 괴짜야 Sousaphone 부드럽기 짝이 없는 수자폰 소리한번 해 볼만 해 詩作 노트:몇 년 전에 꽤 오래 전 같은데 지하철을 가다가 말고수자폰을 붕붕 부는 젊은 흑인여자와 사진을 찍었지 © 서 량 2024.02.24 자서전的 詩모음 2024.02.24
|詩| 여우비 내리는 날 여우비가 내렸다 짙은 안개가 경마장 함성처럼 질주하면서 내 차를 스치면서 험준한 계곡을 빠지면서 여우비가 쏟아지는 거 앞서거니 뒤서거니 파크웨이를 달리는 용모 어슷비슷한 승용차들이 제각각 무슨 굉장한 철학서적을 읽고 있었는지 나로서는 도저히 알 길이 없어요 앞차가 깜박이를 키네 나도 깜박이를 켰지 분명한 이유가 없었어 여우와 호랑이는 그렇게 비 내리는 날 시집 장가를 갔다 청명한 날이면 날마다 그냥 누워 잠만 쿨쿨 자는 종족보존 본능이라니 여우비를 맞으며 나는 슬며시 사라지고 얼굴이 대충 당신을 닮은 내 종족이 살아 남으리라는 생각이 솟았다 불쑥 © 서 량 2007.03.03 세 번째 시집 (도서출판 황금알, 2007)에서 발표된 詩 2021.06.08
|詩| 입술 동작 엽록소가 바람 따라 변색하는 동안 당신 머리칼이며 입술이 일그러진다 깔깔대는 웃음 소리 때문이겠지만 세포분열이 있을 때마다 저는 살 떨림으로 진저리를 칩니다 연분홍색 허파꽈리의 유연한 동작이 마음에 걸린다 숲의 운명이 졸지에 변모하는 속도감 때문일 거에요 블랙홀 보다.. 詩 2011.06.09
|詩| 마중물 나 어제 그런 생각을 했어 보는 것이 믿는 것이라지만 그건 겉으로만 그렇다는 거 머나 먼 밤하늘 별무리를 그렇게 노려본들 그게 무슨 소용이니 대답해 봐 진짜 정말로 진솔한 건 만지는 거 나 당신을 마음 놓고 만지기 위해 당신을 마중 나간다 물과 물이 시선과 시선처럼 섞일 바에야 나 지금도 그 .. 발표된 詩 2007.10.11
|詩| 교태 비에 젖은 단풍잎 색 빨간 잇몸을 보이며 그녀의 편안한 입 꼬리가 올라간다 포스트모더니즘이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요 그녀는 허전한 백색 무명 냅킨으로 입 언저리를 훔친다 하고 싶은 말과 안 하고 싶은 말이 먼 천둥처럼 부딪치는 순간 몸에 꼭 끼는 윗도리를 입은 웨이터의 말이 빗방울처럼 .. 발표된 詩 2007.10.06
|詩| 푸른 절벽 고개 흔들며 안 가겠다 했네 바람 부는 푸른 절벽에 내심 너무나 가고 싶었는데 여린 사랑이 튼튼한 사랑으로 조금씩 조금씩 숙성하는 이치로 머리 속에 푸른 파도 심하게 출렁이고 나는 깊은 산 돌덩이가 되었네 가파른 산길 발길 가는대로 가자면 온전치 못하리라는 속셈으로 고개 절레절레 흔들며 안 가겠다 했네 미친 바람이 심하게 부는 푸른 절벽에서 나 타고난 균형감각을 믿어도 좋을까 하다가 다음 기회에 푸른 절벽에 다시 가면 전혀 겁나지 않을 거라는 느낌이 났네 © 서 량 2005.02.13-- 세 번째 시집 (도서출판 황금알, 2007)에서 시집 소개: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9.. 발표된 詩 2007.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