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드슨 강 5

바람의 기타(Guitar) / 김종란

바람의 기타(Guitar) 김종란 케이블카 위에 구름이 흐른다 케이블카 지붕 위에 기타를 안고 있다 바람은 기타를 울려 본다 내 서툰 연주 덮으려 연주를 한다 바람이 밀어다 올려 놓은 케이블카 지붕 위에 위태위태 흔들리며 선다 기타를 껴 앉는다 오후 4시와 5시 사이 허드슨 강이 무겁게 흐르고 엿가락 같이 끈적하고 기인 길도 터벅터벅 들어 온다 비 개인 숲속에서 자라나 뛰어든 폭포 이미 끝자락 푸르고 희게 웃으며 떨어진다 붐비는 도시 어두운 길에 화투짝처럼 떨어져 있다가 바람에 휘몰려 지붕위에 날아 오른다 잠들지 못해 뒤척이는 맨해튼 어느 지붕 위에서 서툴게 기타를 친다 젖은 신발 벗지 못한 채 지니고 온 때 묻은 배낭에 기대어 보다 못한 바람이 나의 기타를 울린다 여러 길을 걸어와 잠시 머물다 일어서야..

|컬럼| 429. 찹수이

말로 할 수 있다면 그림을 그릴 이유가 없을 것이다. – 에드워드 호퍼(1882~1967) 뉴욕 근교 소도시 나이액(Nyack)에 있는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의 생가(生家) 박물관을 찾아간다. 나는 호퍼의 그림을 참 좋아한다. 미국을 대표하는 ‘사실주의자’라 불리는 그는 생전에 자기가 ‘인상주의자’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하고 45일이 지난 1942년 1월 21에 완성된 호퍼의 ‘밤샘하는 사람들, Nighthawks’를 음미한다. 일본의 본토 침략에 대비해서 공습훈련이 있던 때다. 썰렁한 다이너에 앉아있는 남녀의 표정이 보는 사람의 상상을 자극한다. 당신도 아마 이 그림을 몇 번 무심코 보았을지 모르지. 구글 검색을 하면 금방 화면에 뜬다. 등장인물들의 마음 속에 나를..

둥지 틀기 / 윤영지

둥지 틀기 윤영지 잔 가지, 풀 조각, 흙 알갱이 젊음과 패기와 땀방울이 한데 이겨져 다부진 준비를 한다 지붕도 없이 적나라한 어둠 속에 매서운 비바람을 고스란히 맞아낼 아직은 여린 살결의 젊은 군병 홀로 서기를 일찌감치 배워 다져진 젊음, 확신에 찬 손길이 가슴 졸이는 어미의 어깨를 다독거린다 허드슨 강의 정기를 들이마시며 땀방울로 응축해간 단단한 패기를 굳게 다문 입술 위 따스한 미소로 어미에게 약속의 눈빛 지으며 오늘도 너는 길을 떠난다 네 어깨 위에 주어진 둥지를 틀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