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323. 세 개의 벽
환청에 시달리는 환자에게 묻는다. 정체를 모르는 목소리, 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여럿이 토론을 하다가 의견충돌을 일으키는 목소리들, 더구나 남을 해코지 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그들의 압력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고 묻는다. 환자가 대답한다. 목소리에게 대들기도 하지만 대개는 못들은 척 한다는 것! 심지어 목소리가 시키는 일이 있으면 그러겠다 해 놓고 실천에 옮기지 않는다는 것! 이 환자는 목소리와의 소통을 거부하는 법을 터득한 것 같다. 그는 자신의 내부 상황과 벽을 쌓고 지낸다. 그 벽은 혼동과 선동을 불러 일으키는 악의에 찬 자극을 차단한다. 한 국가로 치면, 이것은 외적의 침입이 아니라 질이 나쁜 내부 세력이 난동을 일으키는 정황이다. 이 사악한 내부 자극이 끝내 꼬리를 내리고 고개를 숙이게 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