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절벽 7

|詩| 여우비 내리는 날

여우비가 내렸다 짙은 안개가 경마장 함성처럼 질주하면서 내 차를 스치면서 험준한 계곡을 빠지면서 여우비가 쏟아지는 거 앞서거니 뒤서거니 파크웨이를 달리는 용모 어슷비슷한 승용차들이 제각각 무슨 굉장한 철학서적을 읽고 있었는지 나로서는 도저히 알 길이 없어요 앞차가 깜박이를 키네 나도 깜박이를 켰지 분명한 이유가 없었어 여우와 호랑이는 그렇게 비 내리는 날 시집 장가를 갔다 청명한 날이면 날마다 그냥 누워 잠만 쿨쿨 자는 종족보존 본능이라니 여우비를 맞으며 나는 슬며시 사라지고 얼굴이 대충 당신을 닮은 내 종족이 살아 남으리라는 생각이 솟았다 불쑥 © 서 량 2007.03.03 세 번째 시집 (도서출판 황금알, 2007)에서

발표된 詩 2021.06.08

|詩| 푸른 절벽

고개 흔들며 안 가겠다 했네 바람 부는 푸른 절벽에 내심 너무나 가고 싶었는데 여린 사랑이 튼튼한 사랑으로 조금씩 조금씩 숙성하는 이치로 머리 속에 푸른 파도 심하게 출렁이고 나는 깊은 산 돌덩이가 되었네 가파른 산길 발길 가는대로 가자면 온전치 못하리라는 속셈으로 고개 절레절레 흔들며 안 가겠다 했네 미친 바람이 심하게 부는 푸른 절벽에서 나 타고난 균형감각을 믿어도 좋을까 하다가 다음 기회에 푸른 절벽에 다시 가면 전혀 겁나지 않을 거라는 느낌이 났네 © 서 량 2005.02.13-- 세 번째 시집 (도서출판 황금알, 2007)에서 시집 소개: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9..

발표된 詩 2007.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