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 6

|컬럼| 397. 즘생

쌍말을 잘하는 환자의 차트를 정리한다. 그의 말습관을 어떻게 표현할까 하고 잠시 망설인다. ‘foul-mouthed, 입버릇이 더러운’? 말이 깨끗한지 더러운지 하는 판단을 누가 내리나. 내가 과연 언어의 청결과 불결을 판가름하는 사회적 규범의 척도라는 말인가. 환자가 욕설, 저주라는 뜻으로 ‘swear word’를 자주 쓴다고 할까. 화가 나서 ‘내뱉듯이 하는 욕설’이라는 의미의 격식 있는 표현, ‘expletive’는 어떨까. 더 위엄이 넘치는 ‘profane(신성 모독적인, 불경스러운, 욕설적인)’이라는 단어는? ‘profane’은 원래 라틴어에서 ‘out of temple, 사원 밖’이라는 의미였다. 즉, 사원 안에서 쓰는 말은 성스러운 말이면서 사원 밖의 말은 욕설이라는 뜻이 된다. 엘리트주의,..

|詩| 짐승들

어느 날 아침에 내가 짐승이라는 생각을 했어 나 고상하지 않거들랑 교회에도 안 가고 하루에도 몇 번씩 불량한 생각을 한다 그래도 괜찮아요 우리가 모두가 다 그렇잖아요 야자수 나무 밑 자리는 순수한 짐승들만 입장권이 있대 눈이 살쾡이처럼 사납게 생겼지만 다산 정약용은 평생을 푸짐한 야자수 밑에 마음 편하게 다리 쭉 뻗고 누워 본적이 없대 정약용도 짐승 같은 인간이었을 걸 내 짐작에 아마 저 눈매 좀 봐봐 째려보는 눈초리가 성질 깨나 있게 생겼어 너 이놈! 하면 오금아 날 살려라! 하고 도망가세요, 혹시 © 서 량 2008.04.01

2008.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