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7

익명의 마을 / 김정기

익명의 마을 김정기 오늘 비로소 이 세상에 태어나서 태양을 처음 보았네 갓난아이의 눈에 비추인 빛이 되어 눈을 뜰 수 없도록 눈부셨네 외로운 지구의 흙 계단이 혼자 쏟아내는 햇살 곁에서 서있네 사람들의 마을은 보이지 않는 것을 비집고 흠집으로 살아나 칭얼대고 삼십 년 동안 허공에서 소용돌이 쳐 다른 땅 다른 하늘에 서 있다네. 한 번도 태양을 못 본 마을사람들은 몰려와 태양에 대하여 묻고 있네 아직 태양에 대하여, 사람에 대하여 모른다고 더구나 죽음에 대해서는 더욱 모른다고 딱 잡아 대답 했네 돌아누우면 남이 되는 사람들은 세상의 시간을 계수하며 숨긴 이름을 찾으려 아직 머물고 있는 다른 가을을 기다리네. © 김정기 2011.02.09

|詩| 대담한 발상

영화에서는 남자들이 얼토당토아니하게 공격적이잖아요 그래서 재미있잖아요 답답하고 후줄근한 역경이 다 지나가고 평온한 시간이 한참 흐른 다음에야 당신은 죽음이 두려워서 죽음을 향해 돌진하는 남자들에게 질깃한 연정을 느꼈잖아요 종려나무 잎새를 포근히 감싸주는 하늘을 올려보는 순간이 딱 그랬어요 코리언 에어라인 창문 밖 구름 밑에 깔린 발 아래 뉴욕의 야경이 또 그랬고요 그건 손을 내쳐 뻗쳐도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당신이 허기진 시선을 보내면 응당 들이닥치는 아찔한 현기증이었어요 더 이상 참지 못했던 게 화근이었어 혹한의 추위가 내 거실을 뻔뻔스레 침범한 토요일이었나 싶은데 혹시 당신이 손에 땀을 쥐고 관람한 전쟁영화였는지 온통 땀으로 번질번질한 얼굴의 남자들이 막무가내로 뛰어다니는 전쟁터에서 터지는 일 같은 ..

2021.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