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들
한혜영
죽음은 단수가 아니라 복수여서
죽음들이라야 마땅하다.
한 가지로는 분류 할 수 없는,
후줄근한 바바리코트를 걸치고
콜롬보처럼 찾아왔다가도
데리고 갈 때엔 명쾌하게
수갑을 채워서 데리고 가는 죽음도 있지만
줄곧 미행을 하다가 혐의를 잡는 순간
다짜고짜로 끌고 가기도 한다.
우리 아버지가 당했던 수법이기도 한데
조카녀석은 제 발로 찾아가
죽음에게 자수를 했다. 서른아홉
생이 한창 거추장스러울 나이이긴 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운명 주변을
날마다 빙빙 도는 죽음을 본다고,
사람들은 각각의
수호천사가 있다는 말은 믿으면서도
수호사자가 있다는 말은 모르고 산다.
그가 지켜주는 덕분에
두 번 죽는 일은 절대로 없는 것을.
<현대시> 2010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