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3

|컬럼| 60. 신(神)과 귀신

신(神)과 귀신 요새처럼 찜통 더위에 귀신에 대한 얘기를 해서 당신의 등골을 서늘하게 해 주리라. 소름이 오싹오싹 끼치게는 못한다 치더라도. 혼, 영혼, 정령, 혹은 귀신이라는 뜻으로 'ghost'가 있지. 카톨릭교의 성부, 성자, 성신에서 성신을 'Holy Ghost'라 한다. 비슷한 발음의 고대 범어로 'ghoist'는 흥분하거나, 놀라거나, 무서워한다는 의미였고 우리말의 '귀신'에도 거의 같은 뜻이 함축돼 있다. 사람의 감정 중에 가장 신비스러운 감정은 역시 공포심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 같다. '신(神: God)'은 옥편에 '귀신 신'으로 나와있다. 물론 신도 귀신도 둘 다 한자다. 그래도 우리에게 신보다는 귀신이 더 흔하게 쓰이고 친근감이 있는 말이다. 최근 한국에서 유행하는 '오 마이 갓!'을..

|詩| 청동, 봄의 왈츠

벌거벗고 앉아서 손으로 턱을 고이고 생각하는 사람, 로댕의 애인 까미유 끌로델 작품 왈츠, 헐벗은 남녀는 시퍼런 청동이다 말년 30년을 정신병원에서 썩은 끌로델, 작년 1월에 아마존에서 $96 주고 산 청동 덩어리, 집에 불이 난 후 전셋집에서 사는 동안 식탁에 놓여 있던 조각품, 반질반질하다 지금은 내 책상 위에서 부동자세로 춤추고 있는 11인치 크기의 헐벗은 남녀 정신과 월간 신문, 2021년의 낙관적인 예후를 대서특필한 표지가 고개를 드는 모습, 바로 그 밑에 실린 의사 자살 기사, 신문은 일반인들보다 44% 높은 의사 자살률을 한탄한다 1년에 400명이 하루에 한 명 꼴로 스스로 죽는다지 저는 정신병원에 감금된 사람들이 세상에서 제일 안전하다고 생각해요 신문이란 한갓 종이 쪼가리에 불과해 로댕의 ..

2021.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