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민 4

괜찮다 / 김종란

괜찮다 김종란 마음 문 두드리시며 괜찮으냐 물으십니다 자만으로 가득 차 절벽 끝에 머물다가 떨어지는 나에게 핏빛 노을 되어 물으십니다 자기 연민의 족쇄에 채워져 어두움속에 숨어 있을 때 다 놓아라 너의 그 수치심과 자괴감 모두 다 내려 놓아라 너를 바라보는 너 그 비판과 회의의 충혈된 눈 그 어두운 거울을 깨뜨려라 나만 바라 보아라 활을 힘껏 당겨 그 과녁을 바라보듯 내 정 중앙으로 힘껏 겨누어 화살같이 날아 오너라 그렇게 내 가슴 한 복판에 명중 하여라 괜찮다 이제 너는 너의 자리에 있으니 © 김종란 2012.09.05

몸 / 김종란

몸 김종란 100개중 99개쯤 통점을 찾아 찌른다 아프다 아 그래서 산 거야 산 것은 아프면 요동을 친다 장구처럼 탱탱하게 부어 올랐던 언니의 배도 격렬하게 쥐어짜며 산 것의 시위를 벌인 건가 죽음은 먼 산 그늘에서 묵묵히 소요하고있다 아프지 않으려 치료 받으며 아파한다 한계를 넘나들며 살아있어 아름다운 것과 그 헛됨과 고통을 받아 드리며 지친 몸을 일으켜 기름칠을 한다 신을 경외하며 신이 지으신 아파서 펄펄 살아있는 몸을 관리한다 아비와 어미가 걱정하고 염려했던 것처럼 몸을 측은히 여기며 살아있음에 연민을 품는다 눈물 어린 눈으로 소나기 지나간 들판을 우짖으며 날아가는 새를 사랑한다 © 김종란 2011.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