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獸皮와 세탁소 / 한혜영

서 량 2010. 4. 10. 00:43

       

      

       獸皮와 세탁소

 

                                 한혜영


기도문 같은 주문 몇 마디에

주인들은 수피를 맡기고 간다.

교회와도 같은 속성이 내재한 곳이어서 

꼬박꼬박 헌금을 챙기는 세탁소 주인은

종종 자신이 수도사인 줄 착각을 한다.


여기선 상처와 얼룩만을

법전처럼 들여다보는 것이 상식이다.

향유 대신에 화공약품을 견디면서 대속하는 것들

맞고 비틀리던 수피는

옷걸이에 매달리는 고통쯤은 기꺼이 감당을 한다.


미련한 주인들은 끝끝내

자신이 맡긴 것이 옷인 줄 안다.

지폐 한 장을 움켜쥐고 찾으러 갔을 때

수피는 우러러보아야 마땅한 곳에 걸려

막달라 마리아를 굽어보듯이

연민이 가득한 눈으로 제 주인을 굽어보는 것이다.  

 

<시와 경계> 2009년 창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