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 4

|컬럼| 156. 뱀 이야기

제우스의 사자(使者)인 희랍 신화의 헤르메스(Hermes)는 평소에 늘 지팡이를 들고 다녔다. 그 지팡이 꼭대기에는 비둘기의 날개가 양쪽으로 펼쳐져 있고 그 밑으로 뱀 두 마리가 꼬불꼬불 타고 오르는 문양이 새겨져 있다.  옛날 한국에서 군의관으로 복무할 때 칼라에 달고 다니던 배지가 바로 헤르메스의 지팡이에 새겨진 'Caduceus' 였다. 막대기와 날개와 뱀이 합쳐진 군의관 배지가 지금도 눈에 선하다.  헤르메스는 또 저승사자 역할도 했다. 그는 사람이 죽은 후에 영혼을 지도하는 친절하고 발 빠른 관광 가이드였다. 죽은 이들의 영혼을 인도하는 이를테면 일종의 정신과 의사로 군림한 것이다. 로마 신화에서 헤르메스에 해당하는 신은 머큐리(Mercury)였다. 머큐리는 체온계의 빨간 수은을 뜻하기도 한다...

|컬럼| 234. 감나무 밑에 누워서

‘apple’은 17세기까지만 해도 딸기 종류를 제외한 모든 과일을 총칭하는 단어였다. 스펠링이 좀 다르기는 했지만 고대영어로는 대추를 ‘손가락 사과 (finger-apple)’라 했고 바나나를 ‘낙원의 사과 (apple of paradise)’, 그리고 오이를 ‘땅 사과 (earth-apple)’라 일컬었다. 구약에 나오는 금단의 열매가 실제로 무슨 과일이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일부 학자들은 포도, 무화과, 석류, 심지어 버섯이라 추측하지만 어원학적으로 ‘낙원의 사과’라 불렸던 바나나를 내세우는 사람은 없다. 그 이유를 내가 정신과 의사답게 유추하면, 이브가 뱀의 유혹에 빠져 조심스레 바나나를 입으로 가져가는 장면이 다분히 외설스러운 연상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일 것이다. 유럽에 뿌리를 박은 기독교적 사고..

|컬럼| 14. 악마와 샛별

고대 유럽의 켈트(Celt)족이 쓰던 달력은 10월 말에 한 해가 끝났다. 기원전 500년경 당시의 미신에 따르면, 그들의 연말인 10월 말일은 모든 떠돌이 귀신들이 이듬해에 기거할 사람 몸을 점령하기 위하여 날뛰는 날로서 죽은 영혼들과 산 영혼들이 뒤범벅이 되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귀신에게 씌우지 않기 위해 사람들은 10월 31에 동네방네 떼지어 쏘다니며 소란을 피우고 귀신 쫓는 행사를 벌렸다. 그 날을 이름하여 ‘핼로윈데이(Halloween day)’라 했는데 어원학적으로는 ‘모든 성현의 날’(All-Saints Day)’이라는 뜻이다. 이열치열의 원칙 대로 귀신을 쫓는 방법은 자기 스스로 귀신 짓을 하는 것이다. 요사이에도 핼로윈데이에 귀신이나 악마 복장을 입은 아이들이 남의 집 문을 두드리며 “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