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우스의 사자(使者)인 희랍 신화의 헤르메스(Hermes)는 평소에 늘 지팡이를 들고 다녔다. 그 지팡이 꼭대기에는 비둘기의 날개가 양쪽으로 펼쳐져 있고 그 밑으로 뱀 두 마리가 꼬불꼬불 타고 오르는 문양이 새겨져 있다. 옛날 한국에서 군의관으로 복무할 때 칼라에 달고 다니던 배지가 바로 헤르메스의 지팡이에 새겨진 'Caduceus' 였다. 막대기와 날개와 뱀이 합쳐진 군의관 배지가 지금도 눈에 선하다. 헤르메스는 또 저승사자 역할도 했다. 그는 사람이 죽은 후에 영혼을 지도하는 친절하고 발 빠른 관광 가이드였다. 죽은 이들의 영혼을 인도하는 이를테면 일종의 정신과 의사로 군림한 것이다. 로마 신화에서 헤르메스에 해당하는 신은 머큐리(Mercury)였다. 머큐리는 체온계의 빨간 수은을 뜻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