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우환 3

|컬럼| 69. 짧게 말하기

짧게 말하기 한국식당에서 물냉면이라 하지 않고 물냉이라 줄여서 말하는 것을 종종 듣는다. 마지막 말 하나를 뺌으로써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하겠다는 언어습관이다. 네 글자의 비빔냉면을 두 자로 줄여서 비냉이라 한다. 그렇다면 왜 군만두는 물냉처럼 마지막 글자를 빼고 '군만'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 이유는 간단하다. 식당 종업원들이 모여서 그런 약어(略語: 준말)를 쓰기로 합의를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하하.  영어에서도 'examination'이라 하는 대신 'exam'이라 하고 'advertisement'도 뚝  잘라서 'ad'라 한다. 정신과 환자의 정신감정을 뜻하는 'psychiatric evaluation'도 언제부터인지 누구나 'psych eval'로 급하게 약식으로 말한다.  약자(略字)를 'a..

|컬럼| 360. 워리

2020년 4월.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처하는 뉴욕 의료인들이 고초를 겪고 있다. 약사, 슈퍼마켓 종업원, 배달업자, 의사같은 직업은 재택근무를 할 수 없는 직종이다. 차가 몇 대 안 보이는 유령 도시의 고속도로를 나 또한 매일 질주한다. 병동 직원들은 마스크를 쓰지만 마스크를 쓰지 않은 환자들의 민낯이 편안해 보인다. 한 직원이 부럽다는 듯이 투덜댄다. “They are not anxious at all” - 저들은 도무지 걱정을 하지 않네요. ‘anxiety(걱정, 두려움)’, ‘anguish(고민)’, ‘anger(분노)’처럼 ‘앵~’으로 시작되는 말은 전인도유럽어에서 좁고, 답답하고, 옥죄인다는 뜻이었다. 노여워서 토라진다는 뜻의 ‘앵돌아지다’라는 우리말도 ‘앵’자 돌림이라고 당신이 주장한다면 그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