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악보 읽기 악보 읽기 흩어지는 음정을 두루두루 매만지는 음감이 참 좋아andante 서두르지 말아라 일체 cello violin 2 clarinets 부응 지잉 삑삑絃 소리 숨소리를 세차게 껴안은 채 初見에 몰두하거라 입을 꼭 다문 채 은근한 집중든든한 미련의 힘으로 詩作 노트:대학 1학년 때 아우, 오누이와 다섯이 가정 악단을 조직했다. 피아노 치는 여동생이 사진에 찍히지 않았네. 소리만 들린다. © 서 량 2024.02.10 자서전的 詩모음 2024.02.10
|詩| 어두운 방 어두운 방 --- 마티스 그림 “잠자는 여자”에게 (1941) 숨 소리 들리지 않는다 잘 들으면 잘 들리는 숨소리 배를 옆으로 하고 자는 여자 흩어진 머리채에 푸른 불꽃, 불꽃 치켜진 눈썹 오렌지색이 환하다 詩作 노트: 마티스가 북북 그려 놓은 굵은 선에서 소리가 난다. 그림 내용과 어긋나는 색깔도 보인다. 정말이다. © 서 량 2023.08.10 마티스를 위한 詩 2023.08.10
|詩| 꿀잠 꿀잠 -- 마티스 그림 “니스의 실내, 낮잠” 속 여자에게 (1922) 야자수 精氣 양팔을 벌린 야자수 창문을 훌쩍 넘어 들어오는 야자수 꽃다발이 traffic cop 교통순경 노릇이네 펼쳐진 책 페이지 木炭畵 siesta 찌푸린 여자 얼굴 숨소리 들린다 詩作 노트: 마티스는 야자수를 조선시대 화가들의 난초화처럼 자주 그렸다. 물론 여자가 주역을 맡고 야자수는 조역을 맡지. 늘. © 서 량 2023.07.12 마티스를 위한 詩 2023.07.12
|詩| 여름 바다 여름 바다 --- 마티스 그림 “빨간 우산과 함께 옆으로 앉은 여자”에게 (1919-1921) 수평선이 가까이 보이네 방안에 접혀진 우산 끝이 뾰족해요 빨간 줄이 죽죽 간 테이블 보 꽃 대여섯 송이 방안도 방 밖도 다 눈부셔 눈부셔 여름을 향해 열린 커다란 커튼 여자가 빨간 양산 아래 앉아 있는 옆 모습 숨소리도 안 들려 전혀 안 들려 詩作 노트: 바다가 여름을 압도한다. 바다를 가까이 하는 마티스의 여자가 여름을 제어한다. 여름은 빨강과 청색의 시원한 어울림이다. 우산도 함께한다. © 서 량 2023.06.16 마티스를 위한 詩 2023.06.16
나팔수 / 김정기 나팔수 김정기 나팔 소리에서 은가루가 부서져 내린다. 몸에 있는 공기는 모두 빠져나가고 홀쭉해진 세포마다 소리가 난다. 나팔을 불면 떠난 사람이 돌아온다. 나팔 부는 사람은 나팔로 말한다 길게 늘어지게 나팔을 불면서 세상을 돌면 세상에 숨어있는 그대의 숨소리가 들린다. 음정마다 뽀얀 망토를 입고 텅텅 빈 몸으로 흐린 거울 속에 얼 비취고 있는 목소리 한 번만 더 들을 수 있다면. 온몸에 피가 나팔로 빠져나가도 그대가 그 소리 들을 수 있다면. 나팔을 입에 물고 거리로 달려 나가겠네. 흰 눈 같은 은가루를 뒤집어쓰고 터진 허파에 바로 그 나팔수 안에 그대가 숨어있네. © 김정기 2014.07.27 김정기의 詩모음 2023.01.13
홍보석 / 김정기 홍보석 김정기 새어 들어온 햇살에 몸을 덥히며 알속에서 알을 낳아 깨뜨리면서 갇혀 있습니다 반짝이지 않으면서 찬란한 울림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등불이 되는 적막이 찬란합니다 이 공간에서 빚는 시간의 축제에 당신의 늪 속에 솟는 물로 비로소 목욕을 시작하면 늘어진 세포도 다시 줄을 당 깁니다 목에 걸린 가시도 삭아 내리게 하는 순연한 몸부림이 향내로 출렁입니다 그대의 숨소리가 있는 가는 8월이 견딜 수 없는 정현종의 시처럼 황금 물고기의 비밀을 알려 줍니다 여름 갈피에 빛나는 햇볕입니다 홍보석의 황홀한 경험입니다 © 김정기 2010.06.19 김정기의 詩모음 2022.12.18
섬머타임 해제 / 김정기 서머타임 해제 김정기 만분의 일초라도 시간이 되돌아 갈 수 있다면 마음대로 돌려놓을 수 있다면 되돌리고 되돌려 부드러운 숨소리와 맥박 혈압 0의 완강한 재판 하늘이 쨍그렁 갈라지는 그 잔혹한 결정에서 되돌릴 수 있다면 서머타임 해제하듯 그렇게 돌아올 수 있다면 © 김정기 2009.11.07 김정기의 詩모음 2022.12.08
|詩| 魚眼렌즈 가을이 내 곁에 머문다 하늘색 도화지에 그리는 생선이 물 위로 솟구친다 사방으로 튕겨지는 무지개 색 속 깊은 바닥으로 몰려드는 물방울 양 옆을 잘 살피는 물고기 눈이 부드럽기도 하지 가을은 물속이야 그건 싱싱한 생선 향기 묻어나는 볼록 렌즈일 거예요 가파른 숨소리를 포착하는 수정체 180º 각도로 물 위를 점검하는 魚眼이 우리의 속을 들여다보는 가을이라니 © 서 량 2020.09.17 詩 2020.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