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7

|詩| 뭉툭한 손

뭉툭한 손 -- 마티스의 그림, "수영복 입은 여자"에게 (1935) J字로 시작되는 팔걸이 빨간 의자에 실비가 내려요 눈동자 손가락 아, 손가락도 없어 아랫배도 없는 여자 3月을 뒤로한 개나리꽃 빛 연두색 섞인 노랑색 배경이 두렵기는 하지 거의 검정색 입술도 줄이 죽죽 간 브라자도 詩作 노트: 의자나 테이블이 물체가 아닌 텍스트로 보이기도 한다. 마티스 그림의 여자도 그럴 때가 있다. 요컨대 물체는 선과 색의 싸움이다. 색이 스페이스를 많이 차지하기 때문에 선을 이긴다. 생물체는 특히 그렇다. © 서 량 2023.06.05

미니 카 / 김종란

미니 카 김종란 두런두런 눈빛들을 싣고 엇갈려 지나는 장난감 미니 카 미소의 테이블은 넓다 밤은 깊어 가니 뜻 없는 미소들로 지운다 소리 지르지 않는 무게 어두움에 깊이 안긴 돌 울음 미니 카를 쥔 작은 손 손가락 마디마디 자라며 폭설이 내리고 네가 견딘 땀방울 방울 창문에 휘영청 빛이다 노란색 파란색 미니 카 장난감 집 풍경 © 김종란 2015.08.13

회색 세상 / 김정기

회색 세상 김정기 가끔 물감은 펑펑 쓸어져 몸에 달라붙는다. 회색에 점령당한 채 세상의 색깔은 없어져 오히려 단아하다 청동색 파리 몇 마리 잡고 여름을 떠나보내며 그 색조가 지워지는 떨림을 듣고 새 계절의 만남이 저리고 저리다. 시간이 걷어 간 색채를 돌려받으려 손가락을 펴 회색 그림자를 모조리 지우고 여자는 날마다 새로운 무지개를 그린다. 일곱 가지 빛깔은 계속 회색에게 침범 당해도 털실로 모자 떠서 쓴 랩 가수의 음정처럼 계속 세상은 채색된다. 칠해도 칠해도 세상은 아직 회색 그래도 단풍에 뒤덮여 끝없이 달려갈 회색 세상 © 김정기 2013.08.29

남은 손가락 / 김정기

남은 손가락 김정기 아프리카 어느 섬에는 가족이 떠날 때마다 손가락 하나나 귓바퀴를 잘라 그 아픔으로 이별을 대신한다고 한다. 날카로운 열대의 잎으로 생살을 베이며 상처가 아물면 혈육을 잊지만 또 다음 이별이 오면 다음 손가락을 잘라 다섯 손가락이 없는 그는 어디 육신의 아픔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통증에 비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 평생 정을 그리워하는 그의 유언이다. 남은 손가락으로 일하면서도 열 손가락의 힘을 일궈내는 사내의 미소가 화면에 뜰 때 나는 절벽 끄트머리에 무겁게 앉았다가 무중력의 세상으로 가볍게 떠오른다. © 김정기 2013.03.02

|詩| 꿈, 생시, 혹은 손가락

쟤는 지금 자고 있어요 하는 어머니 목소리 들린다 나는 자고 있구나 어머니도 지금쯤 편안히 주무시고 계시려나 기타와 바이올린이 어떻게 다른지 모르겠어 하나는 작고 하나는 좀 큰가, 그게 다야? 기타인지 바이올린인지 음정을 규정하는 당신 왼쪽 가운데 손가락 끝이 떨린다 실물 크기 천연색 손가락이야 당신 손가락 네 개가 미친 듯 한가을 메뚜기 떼처럼 인간성 없는 컴퓨터 칩처럼 지직 지지직 바삐 움직이고 있네 나른하고도 약간 서글픈 장면이라 해야 좋을지 몰라요 © 서 량 2007.11.17

발표된 詩 2022.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