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5

|詩| 너무나 잠시예요

맞아요 봄이 너무 짧아요 거친 숨을 죽이면서 배로 호흡하는 유년과 성년의 틈새처럼 양지 바른 웅덩이 미지근한 흙탕물에 질주는 올챙이 떼처럼 무례한 사춘기처럼, 무례한 사춘기처럼 선잠에서 깨어난 깨알만한 풀꽃 씨앗과 다리가 부러질 듯한 사슴들이 춘곤증에 시달려 얼떨떨해하는 동안 내 곁을 훌쩍 지나치는 봄! 파도 치는 여름보다 코끝 빨개지는 겨울보다 앞가슴 실밥이 뜯어져, 앞가슴 실밥이 탁! 뜯어져 마음 상하는 가을보다 훨씬 더 짧아요 아닌가요? 아닌가요? 바람 부는 아침에 앞산 뒷산이 발칵 뒤집히는 이 봄이 너무나, 너무나도 잠시라는 게 © 서 량 2009.02.17

2021.03.28

|컬럼| 260. 부끄러운 혹은 성숙한 뼈

우리 마음의 기능 중 초자아(superego)가 자아(ego)를 대하는 품새는 마치도 부모가 자식을 다루는 태도와 흡사하다. 초자아는 법과 질서를 일깨워주는 부성적(父性的)인 면 외에도 자아이상(ego ideal)을 북돋아주는 모성적(母性的)인 부드러움을 지닌다. 정신과 의사 피어스(Piers)와 인류학자 싱어(Singer)가 쓴 "Shame and Guilt" (1971, Norton)를 다시 읽었다. 당신과 내가 훈장처럼 달고 다니는 수치심과 죄책감의 정신분석적 해석과 인류학적 성찰로 가득한 100페이지 남짓한 얇은 책이다. 부끄러움과 죄의식이라는 우리의 정서는 온전한 초자아의 발육에서 비롯한다고 그들은 강조한다. 일설에 의하면 고대영어에서 '빚을 갚다'는 뜻으로 통했던 'guilt'는 참으로 딱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