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동 직원들에게 환자들과 우리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직원들은 별로 공감하지 않는 눈치다. 상상해 보라. 만면에 미소를 머금은 외과의사처럼 정신과의사가 자신이라는 주체와 환자라는 객체를 완전 별개로 취급하는 정경을. 정신과에서는 주체와 객체사이에 간극이 심하면 치료가 힘들어진다. 나나 환자나 기쁠 때 웃고 슬플 때 우는 똑같은 인간이다. 그래서 나는 우울한 감정에 휩싸여 있는 환자를 대할 때 함부로 웃지 못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창한 수사학의 3대요소를 생각한다. 에토스(Ethos, 도덕). 로고스(Logos, 논리). 파토스(Pathos, 감성). 그는 이 셋을 잘 운용하면 대중을 설득시키는 훌륭한 웅변이 된다고 가르쳤다. 셋 중에서 제일 강력한 것은 파토스. 고린도 전서 13장 13절에 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