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수제비구름

서 량 2021. 7. 4. 17:21

 

이제 와서 당신을 애틋하게 익힐 수 있다니 나보다 어린 나이 내 옛날 부모도 희뿌연 어항 속 금붕어도 무궁한 사랑을 이루지 못했다 망설임 끝에 누구나 과거를 등지고 돌아서는 거래요 네모 반듯한 제사상에 기우뚱 세워진 할아버지 사진이 허상이었어 여름방학 키 큰 노적가리 시골 할머니 집 부엌에서 내게 꼬리치며 달려들던 강아지도 허상

 

트럭 운전사가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지구 반대편에서 내 쪽으로 다가온다 트럭은 거대해 우주의 운동신경도 허접한 동영상일 뿐 지저분하게 흩어지는 수제비 물방울 겹치듯 포개지는 사랑 산마루 언저리로 둥둥 뜨는 수제비구름도 거대해 어머, 영원한 아침은 징그러워 나는 확고한 하늘빛으로 얼어붙는다 당신을 향한 거대한 그리움에서

  

© 서 량 2011.03.16 – 2021.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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