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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칠면조, 개나리를 쪼아먹다

4월 바람 찬 바람 휘말리는 무지갯빛 당신 네모난 입이다 세모꼴 쐐기 모양 샛노란 잔디 북북 할퀴는 단단한 발톱 열 개 잔디 잔디의 강행 강행처리 뭉툭한 大氣 기하학 大氣 타원형 바람 쪼아 먹는 일곱가지 색 당신 불거지는 젖줄이다 4월 바람 찬 바람 속 흥건한 눈물 샛노란 피 무지갯빛 빛 빛 나리 나리 개나리 칠면 칠면 칠면조 한 몸 한 몸 나는 한 몸 시작 노트: 앞마당에서 칠면조 여럿이 개나리를 콕콕 쪼아먹는 광경을 보았다. 얼른 사진을 찍었지. 나리 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요, 하는 동요가 들리는 듯! 구글 검색을 했더니 글쎄, 개나리 꽃을 샐러드에 넣어 먹을 수 있는데 맛이 좀 쓰대. 닭이나 칠면조나 발가락이 네 개인줄 알고 있지만 왠지 네 개가 아닌 다섯 개라고 우기고 싶은 생각이야. 이제 ..

2022.04.21

|詩| 간접조명

이등변 삼각형은 늘 편안해 보여요 빛이 꼭 그렇게 창문 밖에만 있으라는 법은 없습니다 원자도 광자도 중성자도 얼른 보면 환하다 뿐이지 억 배 정도 확대하면 어둡단 말이야 아주 어두워 나무 몇 그루가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부동자세로 서있네요 그들은 결코 쓰러지지 않을 것이다 빌딩 숲도 황혼을 축복하는 마지막 오렌지 빛인데 검정색 새떼가 빛의 배경을 사납게 긁으면서 시끄럽게 날아갑니다 당신 입술 잔주름이 빌딩 그림자들과 묘하게 평행을 이루고 있다 저는 지금 경쾌한 행진곡을 듣고 있는 중이랍니다 속 눈썹이 긴 커다란 눈동자의 여자가 안개 낀 새벽녘 가로등 앞 튼튼한 사다리꼴 벤치에 이불도 덮지 않고 달랑 누워 하늘을 바라봅니다 다리라도 좀 움직이지 않으려나 아무도 없네요 아무리 사방을 둘러봐도 © 서 량 2011..

발표된 詩 2021.05.11

|詩| 어두운 조명

색깔을 원했던 거다 입에 절로 침이 고이는 과일 그림도 좋고 열대 섬에만 서식하는 화사한 꽃 무리의 난동이라도 괜찮아 정물화가 동영상으로 변하고 있네 무작위로 흔들리는 미세한 바람이며 부동자세로 숨을 몰아 쉬는 새들이 어슴푸레 아울리고 있어요 흔적으로 남을 우리 누구도 서둘러 떠나지 않을 거다 보일 듯 말 듯 가물가물 빛을 흡입하는 색깔의 아우성을 듣는다 시퍼런 탐조등이 밤을 절단하는 어둠의 틈서리에서 우리는 몸을 뒤척인다. © 서 량 2012.01.25 --- 네 번째 시집 에서

발표된 詩 2021.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