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꽃 나무 그늘을 거닐며 / 김종란 복사꽃 나무 그늘을 거닐며 김종란 깨알 같은 소식에 귀 기울인다 누대에 걸친 서까래 대들보만큼 무거워 휘청이는 쉼표, 마침표. 몰래 후두득 봄비 소리에 묻히는 그늘을 구기고 구겨서 꽃으로 살아낸 것의 목소리 웃음소리 땅의 온기와 더불어 살아있던 것의 온기 무수히 지나가는 생명의 발자국 소리 죽이며 채 말이 되지 못한 두근거림으로 복사꽃에 가까이 다가간다 사랑에 다가가듯 거짓말처럼 연분홍 빛 그늘 © 김종란 2012.04.08 김종란의 詩모음 2022.12.28
|詩| 봄비의 반란 봄비의 숨결이 거칠다 조그만 사각형을 클릭하면 쐐기 모양의 체크마크가 고개를 치켜드는 내 컴퓨터 모니터에 봄비가 줄줄 내린다 봄비가 아프다 봄비는 순순히 자연의 법칙을 따를 뿐 당신은 얼굴을 붉히면서 그렇지 않다고 속삭인다 소프트웨어를 받아드리는 기본방침에 동의하는 봄밤에 봄비의 숨결이 깊어진다 봄비의 잔물결이 참 좋아요 봄비의 어깨가 체크마크 모양으로 한쪽으로 치우치다가 불현듯 치솟는다 나를 한사코 거부하듯 봄비가 지붕을 탕탕 때리는 봄밤이면 © 서 량 2020.02.29 詩 2020.02.29
|詩| 달팽이 몇 마리 시간이 당신을 아무리 재빠르게 지나친다 해도 이제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겠다 봄비가 내리고 있어요 병동 아득한 복도 끝에서 누군가 소리칩니다 몇 알의 신경안정제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한 줌 햇살이 내 살갗에 와 닿아요 요즘은 하고 싶은 말을 서슴지 않고 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간간 남 생각을 하지 않는 우리의 나쁜 버릇을 어쩌나 싶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하며 얼굴을 치켜드는 당신이 참 좋아요 나는 기꺼이 허무를 감싸 안는다 습기 그득한 시간, 시간의 갓길을 천천히 기어가는 연체동물 몇몇을 실눈을 뜨고 보고 있어요 이제는 어엿한 봄이 아닙니까 밖이 © 서 량 2019.03.25 詩 2019.03.25
모과향기 / 전애자 모과향기 전 애자 마켓에서 모과 두 개를 집어 코에 대니 먼 옛날 선을 보았던 울퉁불퉁한 남자가 떠올랐다. 집안이 좋고, 직업이 한의사라며 그와 결혼을 하면 호박이 넝쿨째 들어오는 것이라며 학부형의 극성으로 선을 보았었다. 첫인상이 동화 속에 나오는 덩치가 산만큼이나 큰 산적.. 김정기의 글동네/수필 2012.06.14
|詩| 안달 밤 사이에 후덥지근한 봄밤에 땅에서 시루떡 같은 기운이 모락모락 솟아났습니다 봄은 멀쩡한 당신을 물 속에 쑥 집어넣었다가 얼른 꺼낸 다음에 경건한 의식을 거행했다 합니다 이것은 즉 봄비가 수다스럽게 쏟아지는 날 멋진 이태리제 안경을 쓴 채 우산도 없는 당신이 멋도 모르는 사.. 詩 2012.05.06
|詩| 조용한 봄비*** 눈부셔라 이다지 환할 줄 몰랐지 머리가 좀 젖었지만 빛이 섬뜩 흔들려요 손바닥에 촘촘한 실핏줄이 자지러져요 내 칙칙한 그림자여 알록달록한 빗금무늬 빗속으로 납신납신 멀어지는 당신을 본다 © 서 량 2012.04.27 詩 2012.04.27
|詩| 요란한 봄비*** 어느 날 아침, 당신이 연거푸 재채기를 한다면 그건 이미 여리디 여린 신록이 당신을 깊숙이 침공했다는 증거야 내가 늘 당신만을 생각하며 산다고 말한다면 그건 순수한 거짓말이다 스마트 폰 카메라 셔터 터지는 소리 선명히 들리네 길고 지루한 병동 복도를 걷는 중이야 누구나 열쇠 .. 詩 2012.04.23
|詩| 봄비 한봄에 장대비가 쏟아진다 실성한 빗물이 저녁이건 아침이건 개의치 않고 쏟아진다 반짝이는 설악산 계곡 폭포수보다 더 세차게 떨어지는 물살, 밀리고 쏠리는 봄의 힘살 물벼락 속에서 난동을 치는 우박, 주먹만한 우박 덩어리들이 내 창문을 때리네 이윽고 창문이 부서지네 쨍그랑! 하.. 詩 2009.05.22
Spring Rain (봄비) - Saxophone Saxophone-서 량; Keyboard-최진훈; Bass Guitar-이규현; Guitar-Ron Smith; Drum-Bill Fracino 음악 연주 2008.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