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하게 아주 편안하고 차가운 눈빛으로 당신을 지나친다 약속을 지키듯 내 손목을 잡아 끄는 당신의 음모를 깊고 그윽한 당신의 속셈을 가냘픈 아주 빨갛게 가냘픈 당신의 초침 하나만 빼놓고 전 산천초목이 흘러간다 나도 덩달아 흘러간다 나는 당신의 뼈저린 사연을 알아내고야 만다 당신의 꿈이 내 손목에 구름처럼 걸쳐있다 분명하게 아주 분명하고 차가운 눈빛으로 당신을 지나친다 나는 이 순간에 당신의 실체를 묵살한다 울면서 기쁘게 울면서 속으로만 © 서 량 1996.10.17 -- 시문학(詩文學) 1997년 10월호에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