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7

|詩| 손목시계

편안하게 아주 편안하고 차가운 눈빛으로 당신을 지나친다 약속을 지키듯 내 손목을 잡아 끄는 당신의 음모를 깊고 그윽한 당신의 속셈을 가냘픈 아주 빨갛게 가냘픈 당신의 초침 하나만 빼놓고 전 산천초목이 흘러간다 나도 덩달아 흘러간다 나는 당신의 뼈저린 사연을 알아내고야 만다 당신의 꿈이 내 손목에 구름처럼 걸쳐있다 분명하게 아주 분명하고 차가운 눈빛으로 당신을 지나친다 나는 이 순간에 당신의 실체를 묵살한다 울면서 기쁘게 울면서 속으로만 © 서 량 1996.10.17 -- 시문학(詩文學) 1997년 10월호에 게재

발표된 詩 2021.04.17

|컬럼| 15. 당신이라는 인칭대명사

네이버 사전은 ‘당신(當身)’이라는 단어를 다음과 같이 풀이한다. 「1 듣는 이를 가리키는 이인칭 대명사. ‘하오’할 자리에 쓴다. 2 부부 사이에서 상대편을 높여 이르는 이인칭 대명사. 3 맞서 싸울 때 상대편을 낮잡아 이르는 이인칭 대명사. 4 ‘자기’를 아주 높여 이르는 말.」 ‘어머니 살아 생전에 당신께서…’ 의 '당신'은 4번 용법으로 제 3자를 지칭한다. 그러나 나머지 셋은 모두 이인칭 용법으로 의미상 서로 대단한 이질감을 풍기고 있다. ‘당신도 성공할 수 있다’라는 책 제목에서 ‘당신’은 1번에 해당한다. 차분하고 공식적인 어법이다. 2번에서처럼 여보, 당신 하는 말투는 부부간의 다정한 호칭이다. 그러나 비라도 추적추적 내리는 어느날 길거리에서 중년 남자들이 시비가 붙었을 때 한쪽이 ‘당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