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된 詩

|詩| 손목시계

서 량 2021. 4. 17. 19:08

 

 

편안하게

아주 편안하고 

차가운 눈빛으로 당신을 지나친다

약속을 지키듯 내 손목을 잡아 끄는

당신의 음모를 깊고 그윽한 당신의 속셈을

 

가냘픈 아주 빨갛게

가냘픈 당신의 초침 하나만 빼놓고

전 산천초목이 흘러간다 나도 덩달아 흘러간다

나는 당신의 뼈저린 사연을 알아내고야 만다

 

당신의 꿈이 내 손목에 구름처럼 걸쳐있다

 

분명하게 아주

분명하고 차가운 눈빛으로 당신을 지나친다 

나는 이 순간에 당신의 실체를 묵살한다

울면서 기쁘게 울면서 속으로만

 

© 서 량 1996.10.17

-- 시문학(詩文學) 1997년 10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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