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지구의 미련 먹구름 사이를 뚫고 가녀린 눈썹 달이 눈웃음을 치며 지구를 당기고 있다네 달도 지구도 밤낮으로 서로를 힘껏 끌어당기고 있다네 헐벗은 겨울나무 땅 속에 깊이 잔뿌리를 내리는 막무가내 고집이라네 지구 핵심에서 뜨거운 화염을 뿜으며 조잡한 흙덩이가 나무의 올곧은 목숨을 기어이.. 詩 2008.12.15
|詩| 달과 나** 달과 내가 아무도 없는 밤하늘에서 정을 통하는 게 얼마나 신바람이 나는 일이냐 저 눈매 깔끔한 달 여인이 워낙 벙어리라서, 벙어리라서 나도 덩달아 순 벙어리로 춤을 춘다 꾸불꾸불한 팔다리를 더욱 더 꾸불텅꾸불텅하게 내 어릴 적 밝은 밤 앞마당 도리깨처럼 깡마른 키가 추녀 끝에 닿도록 하늘로 쿵쿵 뛰어오르는 낯 익은 그림자 하나 달밤에 우는 사람 마음은 달밤에 울어 봤던 사람만 안다 © 서 량 2008.09.28 詩 2008.09.29
|詩| 9월에는 그림자가 9월에는 휘영청 달빛 아래 우리들 그림자가 갈바람에 몸을 푸는 갈대인양 길쭉해집니다 9월에는 가녀린 풀꽃도 잠시 우쭐하는 단풍나무 가지도 내가 이름을 몰라도 좋은 그녀의 목도 길쭉해집니다 하릴없이 낙엽 옆자리를 더듬대는 갈바람의 손길은 아주 노골적으로 길쭉해요 9월에는 .. 詩 2008.09.10
|詩| 보이지 않는 달* 당신 몸놀림이 동영상으로 찍혀서 도마뱀 몇 마리 숨어 있는 숲 속 한 구석에 역사의 증거물로 남는다는 건 좀 무서운 이야기다 대보름 달밤에 마귀할멈이 오누이를 가마솥에 집어넣고 삶아먹으려 하는 동화처럼 갓난아기 옹알이를 무서워하지 말 것 알맞은 조명에 화려한 화장을 하고 .. 詩 2008.07.21
|詩| 달에 관한 최근 소식** 천근 만근 무거운 숨을 몰아 쉬며 소리 없이 일그러지는 달 모습을 지켜봅니다 오렌지 껍데기 열렬한 광채가 저리도 멀리 떨어져서 터지는 달빛의 생리를 헤어나지 못해서 함부로 발발하는 달 사랑 소식입니다 달에게 손을 댄다 함은 달을 즉각 망가뜨리는 짓이면서 달 쪽으로 눈길을 돌.. 詩 2008.05.28
|詩| 갈증에 관한 詩 詩를 주물럭거리다 지쳐 한 시간만 자고 일어나야지 하다가 내쳐 잤지 세 시간쯤 지나 벌떡 일어나 목이 샌드페이퍼처럼 칼칼해서 물 마시고 의자에 앉아 꼼짝달싹하지 않는 벽을 노려본다 밤이면 밤마다 내 詩의 기분을 풀어주는 창 밖의 달 처음에 복숭아 빛이었다가 나중에 샛노란 국화 빛으로 詩 .. 詩 2007.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