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보이지 않는 달*

서 량 2008. 7. 21. 21:43

 

 

당신 몸놀림이 동영상으로 찍혀서 도마뱀 몇 마리 숨어 있는 숲 속 한 구석에 역사의 증거물로 남는다는 건 좀 무서운 이야기다 대보름 달밤에 마귀할멈이 오누이를 가마솥에 집어넣고 삶아먹으려 하는 동화처럼
 
갓난아기 옹알이를 
무서워하지 말 것
알맞은 조명에
화려한 화장을 하고 누워 
속눈썹을 완전히 닫은 채 
용이 밤하늘에서 브레이크 댄스를 하는 
신바람 나는 꿈에 젖은 채
흔들리는 튤립 보다 더 아름다운 
자폐(自閉)의 순간에 오래 머물 것

 

달이 보고 싶어 두리번대도 달이 보이지 않는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던 할머니 말씀이 생각나네 할머니는 얼굴이 고우셨다 개똥이 없으면 달도 없대 오늘따라 달을 보고 싶어 하는 나도 참 나다


© 서 량 2008.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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