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8

노래하는 당신께 / 김종란

노래하는 당신께 김종란 눈이 내리길 마지막 폭죽처럼 불꽃 잡은 채 타들어가는 당신께 눈이 내려 그 뜨거운 얼굴 흰 눈사람에 들어 숨쉬길 세상의 악보를 읽으며 목젖을 보인 채 힘껏 노래 부르다가 부호처럼 변하는 악보에 맞추어 알 수 없는 춤 추었으니 흰 눈사람에 들어 잠시 아픈 발목 멈추길 검은 세상에도 흰 눈은 내리니 이제 불의 심지 한껏 낮추고 귀 기울이길 차갑지만 한없이 가벼우며 흔적 없을 다정에도 스며드는 눈에 들길 눈이 녹아 물자국 남기듯 잠시 세상을 물걸레질 하느라 숨 잦다고 당신의 노래도 춤도 © 김종란 2012.11.21

너의 끝 노래 / 김종란

너의 끝 노래 김종란 소나무 숲 끝머리 노을은 붉다 사람으로 걸어가는 사람의 마지막 시간에 잠시 노을만 붉다 시간의 늪에 머무는 우리는 억새풀로 자라지 희게 서로 희게 가슴에 기대다 검게 서로 검게 가슴 두드리다 노을에 허리 잘리고 붉은 늪 무릎을 꿇었지 붉은 늪 서로를 베는 소리 서걱이지 무성하게 엉켜 자라는 우리의 모진 꿈 날선 꿈 낯설게 헤쳐 다니는 너의 벌거벗은 발 어느 노을 지는 숲, 너를 보듬어 네가 부른 노래, 이 먼 곳에서 이제야 듣는 소년의 노래 소나무 숲 끝머리에 타는 노을 너의 끝 노래 주황색 빛에 둘러 쌓인 이젠 숲의 노래 어두움을 예감하며 감싸 안는 神의 노래 © 김종란 2011.10.24

|컬럼| 161. 어린이 놀이터

오랫동안 소식이 끊어졌던 친구에게서 어느 날 느닷없이 전화가 온 김에 이런저런 얘기를 한다 치자. 요사이 뭘 하며 지내냐, 하고 물어 봤을 때 "응, 나 그냥 놀고 있지."라고 그가 대답했다면 그건 아무래도 백수건달로 빈둥대며 지낸다는 말이다. 이럴 때 우리가 무심코 쓰는 '놀다'라는 말은 좀 부정적으로 들릴 때가 있다. 매사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당신은 '놀다'에는 '쉬다'라는 좋은 의미가 숨어있다고 겸손한 표정으로 말할지도 모른다. 요컨대 '놀다'라는 단어는 몸을 활발하게 움직이는 인상을 풍기면서도 휴식한다는 뜻 또한 있는 것이 참으로 수상한 노릇이다. '노릇'이라는 말도 '놀이'나 '노름'처럼 '놀다'에서 생겨난 순수한 우리 말이다. 하다 못해 '노래'도 옛날 말 '놀애'처럼 '놀'자가 들어가고 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