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7

|詩| 빨리 뛰기 2

빨리 뛰기 2 네발동물의 두 앞발은 날개다 구름 없는 창공을 나르는 검정색 새 한 마리 잠자리 잠자리들 네 발이 다 무지개 빛 날개로 변한다 양지 바른 앞마당 강아지 강아지들이 엄마를 향해 달리네 달려라 달려 다부지게 다부지게 밤이면 밤마다 새삼스레 걸음마를 배우며 헐거운 이불로 어깨를 덮은 채 끙 옆으로 돌아눕는 검정색 새 한 마리 날아라 날아 암팡지게 암팡지게 으으응 응응 응 詩作 노트: 꿈결인지 생시인지 하늘을 나르는 새 한 마리를 보았다 먼 거리라서 몸이 검정 강아지색으로 보이는 새 한 마리 © 서 량 2012.07.03 – 2024.02.02

2024.02.02

|詩| 던져진 섬

던져진 섬 -- 마티스의 그림 ‘흰색, 붉은색 배경의 젊은 여자’에게 (1946) 녹색 활엽수 활엽 활엽 날아간다 여자가 누워있네 가만이 누워있네 펼쳐진 회색 날개 날개 가려진 다리 하얗게 웃고 있는 다리 손가락 하나 없는 지느러미 가슴 지느러미 어디인지 둥둥 떠 있는 섬 커다랗게 붉은 섬 시작 노트: 우리의 다리는 어디까지나 다리지만 우리의 팔은 날개다. 접히기도 하고 펼쳐지기도 하는 날개. 그래서 마티스가 그린 여자들은 손가락이 흐지부지하거나 있는둥 없는둥 하다. 이 여자는 손가락이 전혀 없어. 참참, 물고기도 날개가 있다. 재밌지? © 서 량 2023.05.26

날개 / 김정기

날개 김정기 한 방울 피 남루한 내 옷자락에 떨어지니 옷깃 스치는 대로 산천초목 눈뜨고 이 빛나는 날개 2천 년도 넘게 지상을 덮었습니다. 무릎 꿇어도 용서 받지 못할 백합 위에 얼룩 지워내며 오랫동안 걸어온 뒤 돌아봅니다 당신의 부활은 한 기 봄 쑥이 드리운 그늘까지 손길을 뻗어 거두어 주시고 풀꽃 한 송이를 피워내기 위해서 새 날을 여셔서 허공을 딛고 하늘에 오르게 하는 날개입니다 세상파도 속에서 섬이 되어 있을 때는 가슴 열어 안아 주시는 날개 살아서 믿으면 죽지 아니하는 눈부신 날개 죽어도 사는 못 자국입니다 이제 다시 새로운 봄을 경험하게 하소서 -- 2011년 부활절에 © 김정기 2011.04.22

숨은 새 / 김정기

숨은 새 김정기 창공이 무섭다. 썩은 어둠을 두르고 작아지는 날개를 움직인다. 발톱에 찍히는 바람의 무늬 오그라들어 점 하나로 남는 공간. 숨어서 껴안는 작은 그림자들이 빛나고 우리가 함께 버렸던 하늘이 흙이 되었던 비밀을 일러주는 색깔들. 뒤꼍에서 들리는 노래 소리에 다시 자라는 날개가 꿈틀거린다. 달빛의 힘줄을 딛고서. © 김정기 2010.06.08

|詩| 대충 하고 싶은 말

파도가 넘실대면 머리에 빨강 노랑 초록 풍선을 얹은 사람들이 일제히 소리친다 아, 파도를 타요 꿈이 넘실거려요 자꾸만 이제 네이비 블루 아늑한 아다지오 템포 엄청난 오징어가 헤엄치는 바다 밑 세상 누군가 속삭인다 – Yes, it is what it is! 응, 그건 있는 그대로야! 오징어가 먹물을 뿜는 바다 밑 세상 온갖 생물들이 움직이고 있어 침착하게 내가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그게 뭐냐면 그들이 코끼리 귀만 한 날개를 펄럭이며 지금 바다를 탈출하고 있다는 거 © 서 량 2021.10.07

2021.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