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23

|詩| 춤추는 봄

춤추는 봄 떡갈나무가 뿌리를 치켜들고 물구나무서기를 했거든요 몸매 날렵한 종달새 한 마리 구름 너머로 날아갔거든요 바람 찬 해변 반짝이는 조약돌이 지난 가을 뒷마당에 매장된 낙엽이 후끈 달아올랐대 아이, 싫어, 싫어! 볼썽사납게 당신이 추는 개다리춤 詩作 노트: 개다리춤: 양다리를 마름모로 벌렸다가 오므리는 행동을 빠르게 반복 하면서 추는 춤 - 뜻이 궁금해서 굳이 사전에서 찾아 봤지. 기하학적인 설명이네. 눈에 선해. 봄춤은 알레그로 템포. 봄이 재빠르게 움직인다. © 서 량 2008.04.18 – 2024.02.08

2024.02.08

늦가을 묘지 / 김정기

늦가을 묘지 김정기 비석에 앉은 잎새가 찬이슬에 젖어 있고 국화 화분이 저녁 빛에 노랗다 캔시코 공원묘지에 빗소리를 내며 낙엽이 쌓인다 십년을 누어 있어도 아프지 않다고 당신은 금방 등을 털며 일어나 앉을 듯 눈앞에 있다 내 자리도 준비되어 잔디들은 시퍼렇게 살아 소리친다 풀씨 한 알이 당에 떨어져도 시간 탓이고 한 목숨 묻히는 찰나가 다가서니 이제 버릴 것도 더 가질 것도 헤플 것도 아낄 것도 없다 무섭던 친구에게도 손 내밀고 고요하게 땅에 누워 기다리는 하늘에서 살련다 엊그제 같은 우리의 평생이 떠올라 아이들 어릴 때 사진을 꺼내 보며 이 가을을 누린다 © 김정기 2016.12.23

10월 / 김정기

10월 김정기 내 몸이 나를 버리면 환한 빛살 타고 갈대밭을 건느리 더운 피를 삼키며 맞는 아침 죄 없는 새들이 모여서 마지막 등을 기대고 가을을 들킨 과실들이 얼굴을 붉히네 단풍나무 아래서 우리는 모두 유월 숲 흉내내도 10월의 발길에 떠밀려 가고 이제 당신이 떨 구고 간 이름 하나 앞가슴에 달고 바람 헤치며 어디로 날아 가야하나 내 몸이 나를 버리면 © 김정기 2009.10.22

|詩| 봄詩

종려나무가 뿌리를 하늘로 치켜들고 물구나무서기를 했거든요, 아까요 몸매 날렵한 종달새 몇 마리가 저쪽으로 황급하게 날아갔어요 반짝이는 강변 조약돌도 겨우 내내 땅바닥에 누워있던 눅눅한 낙엽들도 죄들 다 들뜬대 그럼 안돼, 하며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소리쳐도 안 통해요 볼썽사나워, 볼썽사나워라 나도 내친김에 나 몰라라, 하면서 서늘한 봄 품에 냉큼 안길까 하는데 © 서 량 2008.04.18 – 2020.02.14 - 2021.03.31

2021.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