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열당국 4

|컬럼| 396. 언어는 꿈이다

십여 년 전에는 외래진료소에서 환자를 보면서 당신과 나 같은 이른 바 정상인들의 정신적 갈등과 고통을 다루었다. 환자의 꿈 이야기를 유심히 듣고 때에 따라 유효한 해석을 내리기도 했다. 지금은 폐쇄병동 입원환자들을 상대로 하면서 그들의 꿈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전혀 없다. 그 대신, 그들의 환청이나 망상 자체가 꿈이나 다름없다는 경이감에 빠진다. 자존감의 빈곤으로 비관하는 환자가 과대망상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소원성취(wish fulfilment)에 급급한 심리상태가 빚어내는 비현실적 현실이다. 소원성취는 꿈의 가장 고마운 기능이다. 꿈에 소원이 성취되는 것은 참으로 경사스러운 일이다. 엄청난 소원이 아니더라도 조그만 소망이 충족되는 순간 당신은 꿈에서 깨어난 후에도 오랫동안을 행복해하지 않았던가. 언..

|컬럼| 242. 꿈, 그 제3의 공간

정신과에서 말하는 자아(ego)는 혹독한 주인 셋을 섬기는 하인이다. 자아는 첫째 본능의 욕구를 들어줘야 하고, 둘째는 현실이 주는 스트레스를 감당해야 하고, 셋째로 양심과 도덕을 들먹이는 초자아(superego)에게 고개를 숙여야 한다. 소시민은 낮 동안 직장에서 이 셋의 등쌀에 시달리다가 퇴근하여 한밤중에 까칠한 현실을 떠나서 꿈나라로 도피한다. 수면은 현실로부터의 바캉스다. 열대의 피서지 해변에서 조그만 종이우산을 꽂아 놓은 칵테일을 마시는 쾌적함은 아닐지언정 당신과 나의 두뇌조직은 수면을 취하는 동안만큼은 편안히 쉬고 싶다. 아늑한 꿈의 공간은 직장도 집도 아닌 제3의 공간이다. 그러나 꿈을 꾸는 동안 우리에게 완벽한 휴식은 주어지지 않는다. 기쁜 꿈, 슬픈 꿈, 혹가다 악몽마저 꾸는 우리의 자아..

|詩| 낚시면허

...나도 당신을 좋아했어, 교외에 있는 당신 집의 슬픔, 당신의 초라한 정원도, 담당구역, 문닫은 작은 부서에서 찾은 당신의 지도를 갖고 있어 낚시 권한도 포함돼 있지 - The Magnetic Fields: Andre Breton & Philippe Soupault (1920), 14 쪽 입술이 부르트도록 색소폰을 불었지 100년 전 프랑스에서 누군지 색소폰을 불었어 입술이 부르트도록 24살짜리 *앙드레 브르통 정신분석으로 훤칠해진 이마 위에 벌레, 다정한 벌레 고물고물 기어 다니는 **automatism 검열당국 직원들이 바캉스 떠나고 없는 Paris 한적한 교외, 저도 도시의 자율신경을 믿어요 금빛 물고기를 잡아야겠어 펄펄 뛰는 채로, 눈부신 파도를 헤집고 튀어 오르는 물체, 젖빛 여름 하늘 구름..

2021.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