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하고 유장한 말씀 김종란 아버지 낮은 목소리 들리네 가까웁게 웃음소리 밝은 그곳 아니고 이렇게 홀로 남아 있는 어둑한 곳에 더 가까웁게 따스한 어투로 부르며 아주 여린 마음에게 하듯 바라만 보는 총총한 눈빛을 향하니 이 세상의 초침은 잠시 잦아들지 긴 눈빛으로 쫓으시던 젊음은 이제 지나서 내 아버지 마음 문 뒤늦게 밀어보면 장도를 걷는 무사처럼 섬세하고 유장한 말씀 닫아 걸고 불면의 밤을 이기시던 이야기꾼의 가슴에 기대면 큰 바람소리 피에 섞인 것이 아닌 영혼에 깃들어 있을 소식을 애써 들어 보시려는 녹슨 갈비뼈를 벌려 바짝 마른 심장이 깃들도록 눈 바람 가두는 오두막 묵언(默言)의 오두막에서 깃을 털며 눈물에 젖은 깃을 털면서 새로운 말(言)은 깃을 펴보다 그림자를 펄럭이며 세계의 초침 위로 날아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