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란의 詩모음

한여름 그늘 문 / 김종란

서 량 2023. 6. 23. 17:58

 

한여름 그늘 문

 

                                   김종란

 

뒤 안 푸른 잎들 귀 세우고 수런거리는

녹음의 빗장 살짝 흔들린다

 

둥근 안경테 속 피로한 여행자의 눈빛에

푸른 물 속 그늘 문 열린다

끝없이 마주 보며 지어지다 허물어지는 초록빛 기와집들

꿈의 물고기 그림자 낮게 춤추며

숨 빛으로 지어지다 흔들리는 토벽들,

깊게 솟구치며 낮게 속삭이듯 흐르는

한여름 물 속 이야기 한 구절, 한 구절

변화하는 초록의 채도, 흔들리는 빛의 추

예기치 않은 여행, 되씹고 뒤쫓으며 앞서며

낯설음, 낯익음 뒤섞이는 깊은 물길

 

묵묵한 해시계 곁

잠잠하게 빛나는 물빛 눈에 어룽지는

연하디 연한 속뜻

 

詩作 노트:

수국 몇 송이 환한 여름 빛 내려 앉는 초록의 꽃병, 그 곁을 지나는 검은 고양이, 여름은 순식간이다.

 

© 김종란 2023.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