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조명
-- 마티스의 그림 ‘무릎 위에 책을 얹은 여자’에게 (1936)
있잖아, 여름이라 해. 아니, 이른 봄도 괜찮아. 당신은 한 무리의 젠체하는 작가들이 쓴 시시한 산문집을 읽고 있다. 잠시 후 책 읽기를 멈추고 책의 세부사항을 차분하게 생각하는 장면이야. 정신이 멍해 지지, 그치? 당신은 깜빡 무뇌, 無腦 상태. 나는 당신의 무의식을 그림으로 그려내는 화가다.
있잖아, 이거는 천상의 기류, 氣流가 부리는 화려한 변덕이야. 당신의 애니메이션은 완전 포즈 상태. 어린애가 그려 놓은 크레용 그림이지. 연하디 연한 버건디 적색이 스멀스멀, 펄떡펄떡 살아나는 장면을 상상해봐. 맞다맞다. 당신은 여자 무릎 위에 펼쳐서 엎어 놓은 한 권의 책이다. 재밌지?
시작 노트:
앙리 마티스의 그림 '무릎 위에 책이 있는 여자', 'Woman with Book on Lap'을 본다. 그림과 시가 크게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강해진다. 그림은 즉각적이지만 시는 두고두고 하는 사색이다.
© 서 량 2023.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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