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컬럼| 433. 피노키오의 모험

서 량 2023. 1. 25. 18:53

 

피노키오는 파란만장의 삶을 살았다. 삐걱대는 목각인형의 생애를 마감하고 한 버젓한 소년의 인생을 시작하기까지 수많은 고초를 겪는다.

 

피노키오가 2023년 1월 11일 캘리포니아 베벌리 힐스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 상을 받았다. 넷플릭스에서 ‘Guillermo del Toro’s Pinocchio,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를 본 후 칼로 콜로디(Carlo Collodi, 1826~1890) “피노키오의 모험(1883)” 원본을 인터넷에서 읽는다.

 

동화에서 모든 동물과 물체는 의인화(擬人化, anthropomorphization)된다.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우리는 그 설정에 익숙한 삶을 구가한다. 삼성전자의 ‘android’ 셀폰과 ‘anthropology, 인류학’ 둘 다 ‘사람’이라는 뜻으로서 말의 뿌리를 같이한다.

 

“수 백 년 전에 나무토막 하나가 있었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목재용 나무 토막이 말을 건네는 순간 목수는 놀라 까무러치고 그 다음날 목각인형 전공 친구 목공 ‘제페토’가 그를 방문한다. 말하는 나무토막을 얻은 제페토는 곧 인형을 깎아 피노키오라는 이름을 붙인다.

 

걸음마를 배우기가 무섭게 집을 뛰쳐나가는 피노키오! 그를 뒤쫓아가다가 ‘아동학대’로 경찰에 체포되는 제페토! 피노키오는 줄곧 말썽을 피운다. 학교에 가는 대신 서커스를 보러 갔다가 인형놀이꾼에게 잡혀 혼이 난다. 어찌어찌 소액의 금화까지 받은 후 집에 오는 길에서 여우와 고양이의 감언이설에 빠진다. 금화를 땅에 묻고 물을 주면 금화나무가 자란다는 농간! 그후 피노키오는 두 강도와 싸우다가 나무에 목이 매달려 실신한다.

 

거듭 역경에 처하는 피노키오를 도와주는 파랑 머리 소녀가 있다. 여러 동물들을 불러 죽은 듯 나무에 매달려 있는 피노키오를 집으로 데려와서 까마귀, 부엉이 같은 의사를 부르고 약을 먹여 소생시킨다.

 

파랑 머리 소녀는 자초지종을 말하는 피노키오에게 금화의 행방을 묻는다. 금화를 잃어버렸다며 거짓말을 하니까 그의 코가 슝슝 길어진다. 참교육 시간!! 얼마 후 그는 상어 배속에 따분하게 갇혀 사는 제페토를 구출한다. 부자는 함께 헤엄친다.  

 

해피엔딩은 그리 쉽사리 찾아오지 않는다. 피노키오는 몇 달 동안 한 농부의 일꾼으로 일하면서 밤마다 읽기와 쓰기를 열심히 공부한다. 어느 날 밤 꿈에 요정이 나타나 그에게 키스를 한다. 이 대목에서 당신은 요정이 파랑 머리 소녀라는 추측으로 몸을 떤다. 잠에서 깨어난 피노키오가 거울을 보니 핸섬한 소년이 그 속에 있다.

 

피노키오의 험난한 여정은 성질이 고약하기로 소문난 홀아버지 제페토의 어색하고 미흡한 사랑을 향한 투정이었을까. 부모에게 작별을 고한 후 힘차게 파리로 말을 달린 프랑스 ‘삼총사’의 ‘달따냥’ 같은 화려한 결기가 모자랐던 결과였을까. 아프고 힘든 성숙의 계단에서 피노키오에게 파랑 머리 요정이 때마다 보내준 애정 어린 축원이었는지도 몰라.
 

아버지와 아들이 가벼운 대화를 나누면서 이야기는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 “나무인형 피노키오가 어디에 숨어있는지 궁금해요.” “저기 있잖아,” 하며 제페토는 대답하고 고개를 옆으로 돌린 채 팔이 축 늘어지고 다리가 밑에 꼬여 있는 커다란 목각인형을 가르쳤다. 그것을 오래오래 흐뭇하게 살펴본 후 피노키오는 혼자 말했다. “내 지난 꼭두각시 모습이 참 어처구니가 없구나! 이제 정말 사람이 되고 나니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 -- (본인 譯)

 

© 서 량 2023.01.22

뉴욕 중앙일보 2023년 1월 25일 서량의 고정 칼럼 <잠망경>에 게재

https://news.koreadaily.com/2023/01/24/society/opinion/20230124174403637.html

 

[잠망경] 피노키오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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