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란의 詩모음

겨울사람 / 김종란

서 량 2022. 12. 11. 20:53

 

겨울사람

 

                            김종란

 

겨울사람은

언저리에 닿고 싶다

담배를 태우면서 화면 가득 노래 부르는 샹송가수

그 부드러운 미소 거침없는 커다란 눈과 입

살아있으므로 닿을 수 있다

 

이제 겨울 한 가운데서

수프를 끓이면서 보내는 시간

겨울 밤 불빛들은 가슴 언저리 꽃처럼 머물다 간다

추운 것을 함께 견디려 하다가

짐짓 더 추운 것을 서로 덤으로 얹어 주면서

겨울사람 하나

영화 속으로 들어가고

샹송가수는 걸어나와 수프를 끓인다

 

겨울사람 영화속에서

커피잔 언저리 살짝 두드리며 입술에 와 닿았던

향기의 소소한 부분을 불러낸다

 

칼로 말을 자르는 추운 부엌에서

샹송가수는 부드럽게 노래를 불러준다

남겨진 겨울사람에게

 

© 김종란 2009.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