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행진곡을 기다리다

서 량 2022. 12. 9. 21:10

 

광대뼈 뭉툭한 박정희 대통령이 동남아 순방을 마치고 웃지 않는 얼굴로 돌아왔을 때 대한뉴스에 부는 바람 김포공항 흙바람 흑백영상을 코닥 컬러로 변조시키는 Washington Post March 행진곡이 터진다 대퇴근 힘살이 근질근질해지는 곡

육군사관학교 여드름 엉덩이 딱딱한
젊은이 울퉁불퉁한 바지 옆구리

두 손가락 너비로 꽉 재봉 된 실밥

더 이상 기다릴 수는 없어, 하며 당신이 소리쳤을 때 DMZ 하늘에서 조그만 돌덩어리들이 쏟아진다 젊은이들이 한사코 비무장지대에 몰려든다 근사한 유니폼을 입은 채 불쑥불쑥 태어난 꼬마 병정들이 골반뼈 나란히 저벅저벅 걸어가는 곡

 

시작 노트:
병정놀이가 전쟁이라는 말이니. 장난감 병정들이 척척 발맞추어 걸어가는 소리 들린다. 그들의 몸동작을 좌지우지하는 행진곡 멜로디가 경쾌하다. 사실 음악이 쫌 무서운 구석이 있기는 하지.

© 서 량 2003.02.11 – 2022.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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