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북소리

서 량 2022. 12. 10. 22:28

 

고등학교 뺀드부에서 대북을 솜방망이로 쿵쿵 치던 놈 눈이 부리부리하고 몸집이 실해서 아무도 그놈을 집적대지 못했다 세상 실체라는 실체는 무조건 쿵쿵 때리던 놈 눈, 비, 벼락과도 부딪치고 4분의 2박자 애절한 사랑이며 연신 때려대는 동안 눈에서 불이 번쩍번쩍했어 횃불처럼

 

햇살 좋은 가을 무슨 학교 행사 때 뺀드부 행진 중 전 멜로디 악기들이 그놈이 치는 운명의 북소리에 귀를 쫑긋 세운다 멜로디고 나발이고 다 소용 없어 북소리, 박동하는 심장 신호 말고 실체는 없어 구름 언저리로 콩나물대가리들이 후두둑 날아가고 있지 그치 지금 32분 음표 여럿

 

시작 노트:
과거, 현재 구획하는 거는 부질없는 짓이다. 흐르는 강물의 상류, 하류를 분리수거할 수 없지. 내 안에 출렁이는 강에는 예나 지금이나 어슷비슷한 미생물, 강물고기들이 서식한다. 그들은 죄다 뺀드부 출신이다. 물속을 노니는 동작끼리 서로 박자가 맞는다. 그놈이 쳐대는 북소리 때문에.  

 

© 서 량 2007.09.30 – 2022.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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