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나무의 발짓

서 량 2022. 12. 6. 20:45

 

나무는 내게 무슨 말을 하고 싶지만 말을 하지 않는다 나는 나무가 무슨 마음인지 대충 짐작하지만 자세한 내막을 알지 못한다 나무 마음을 함부로 넘겨짚어서는 안 돼요 차가운 바람결 나무가  내게 손짓한다 내 나무 사랑이 함량미달이라는 뜻일지도 몰라 아까 마당에 떨어진 큰 나뭇가지를 치우러 뒷마당에 나갔다가 나무 밑둥치를 발로 툭, 툭 몇 번 찼다 살살 가볍게 아프지 않게 그리고 좀 기다렸더니 나무가 내게 꿈틀거리며 발짓을 하는 거 있지

 

시작 노트:
나무와 가까워지고 싶다. 나무에게 예절을 차리고 싶지 않을 정도로 나무를 가까이 하고 싶다. 나무와 악수를 하느니 차라리 나무 밑둥치를 발로 차는 것이 고작이지. 나무도 마찬가지 마음이라는 생각이다. 내가 틀려도 할 수 없다.

 

© 서 량 2007.09.18 - 2022.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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