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인터넷에 잡히는 꽃

서 량 2022. 12. 15. 20:15

 

솜구름 떠도는 화면 속 거무칙칙한 바위 틈에 자리잡은 *벌레잡이제비꽃, 초록색 바람에 붙잡힌 벌레잡이제비꽃이 다섯 손가락을 펼친다 진한 보랏빛 요술을 부리는 벌레잡이제비꽃, 전자파장 자욱한 인터넷에 새빨간 점박이 무당벌레 한 마리 기어간다 잠시 후 눈물을 펑펑 쏟는 벌레잡이제비꽃, 초록색 바람결에 짙은 안개가 깔리는 전자공간에 투사되는 당신의 심층심리

 

*Pinguicula vulgaris: 대한민국 북부 높은 산의 습한 바위나 늪지에 나는 여러해살이 식충 식물

 

시작 노트:

내 삶을 지배하는 인터넷. 어떤 때는 종일토록 인터넷을 쏘다닌다. 우연찮게 벌레잡이제비꽃을 공부한다. 동물을 잡아먹는 식물이라니! 말만 듣던 그런.   

 

© 서 량 2009.04.14 – 2022.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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