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 4월 10일 누이동생 서정선의 작곡 발표회에 참가하여
비엔나 Palais Palffy 베토벤홀에서 클라리넷을 연주하면서
이마 주름살 깊이 박힌
완고한 생각을 읽는다
오선지 콩나물대가리가 꿈틀대는 밑으로
비엔나 팔피회관 베토벤홀 빨간 양탄자에
편안히 드러누운 베토벤 데스 마스크에서
숨어있는 것들은 끝까지 숨어있을 것이다
베토벤의 아픈 귀가 내 뇌신경을 건드린다
열정 소나타 3악장 첫 소절
꽈당! 무너지는 불협화음이
손목을 비틀면서, 손목을 비틀면서
조금씩 느려지는 리듬감각도
저 무시무시한 무의식에서 오는 것이다
내 열 손가락에 한사코 매달리는 클라리넷을
혼이 빠지도록 뒤흔드는 베토벤의 무의식에서
시작 노트:
19년 전 내 손가락은 지금보다 재빠르게 움직였다. 속도감이 주는 경쾌감을 과시했을지도 모른다. 누이 동생은 곡의 편성을 피아노, 클라리넷, 소프라노, 알토 그리고 바리톤으로 설정했다. 현대시가 아닌 고전시처럼 작곡했다고 뻐겼다. 바리톤이 내 옆에서 소리를 백백 질렀다. 연주 도중에 베토벤의 완고한 얼굴표정이 뇌리를 스쳤다. 천재들의 무의식은 그런 식으로 고집불통으로 밀어부친다.
© 서 량 2003.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