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대형 TV

서 량 2022. 5. 9. 06:17

 

*”배우세요? 아니 스턴트맨이야.

스턴트맨이시군요. 그게 훨씬 나아요.

왜 훨씬 나아? 배우들은 가짜이니까요”

 

즐길 수 있을 때 즐겨야 해/ 당신은 알고 있어/ 거칠고 고단한 황야의 폭력성을/ 사나운 독수리의 날갯짓을 듣지 못하는 우리의 섬세함을/ 古典이 어이없이 무너지고 있어요/ 예쁜 말은 다 가짜예요/ 라이락 향기가 나를 에워싸네요/ 뒷마당 저쪽에서 몰래 몰래 반짝이면서/ 살금살금 흘러가는 실개천을 보고 있어요

 

스턴트맨이 TV 화면 꼭대기 옥상에서

춤추며 떨어진다 요란한 전기기타 배경음악,

네오 리얼리즘, 누벨바그, 스파게티 웨스턴,

거칠고 고단한 황야의 폭력성,

있는 그대로는 늘 잔인하다

스턴트맨은 배우가 아니다

얼굴이 더러운 **바운티 헌터

개기름 땀 줄줄 흐르는 이마가 클로즈업된다

 

*2019년도 Quentin Tarantino 감독 영화 <Once Upon a Time in Hollywood> 중 대사

**현상금이 걸린 악당을 추적하는 서부시대 총잡이

 

시작 노트:
로버트 드니로 주연 1984년 영화 <Once Upon a Time in America>, 그리고 레오나르도 드카프리오 주연 2019년 영화 <Once Upon a Time in Hollywood>를 주말에 백투백으로 보았다. 둘 다 이상한 향수심을 불러 일으킨다. 특히, 부자를 악마라 단정하고 드카프리오와 그의 죽마고우 브래드 핏을 죽이려 덤벼드는 정신 나간 히피 여럿을 둘이서 잔인하게 죽이는 마지막 장면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있는 그대로는 늘 잔인하다. 그러나 우리는 있는 그대로를 과감히 인정하는 학습에 몰두하는 참이다.

 

© 서 량 2022/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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